이원 시인이
최근에 펴낸 자신의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를 보내주면서
또 한 권의 시집을 챙겨보냈다.
그건 1991년에 나온 오규원 선생님의 시집 『사랑의 감옥』이었다.
선생님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는 연유를 예쁜 엽서에 새겨서 알려주었다.
선생님의 시집은 16년전 나를 찾아 천호동으로 왔다가
다시 선생님께로 돌아갔다.
우체부 아저씨는 나를 못찾은 연유를
둥근 반송 도장 속에서 ‘이사 불명’이라고 선생님께 알려주고 있었다.
그 주소지에 한동안 살았던 나는
시집이 나를 찾아온 1991년엔 결혼하여 미아리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16년이 지나서 그 시집은 드디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가슴이 찡했다.
시집은 16년전 선생님의 마음 한켠에
내 자리가 있었다고 속삭여 주었으니까.
그리고 한 편으로 아쉬움이 진했다.
문학 비평을 한 뒤로
항상 선생님을 마음에 담고 살았지만
그 마음을 열어보일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이.
난 선생님이 ‘해지는 땅이 넉넉한 마을’이 아닐까 했던 서후로
두 번이나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지만
두 번 다 그냥 집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전엔
남산 밑의 서울예술대학을 찾아가
지나는 학생에게 물어 오규원 선생님의 연구실을 금방 알아냈지만
그때도 역시 연구실 앞에 서 있다가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딱 한 번 박혜경과 함께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하나가 기억난다.
“우리는 사실 서로 잘 알고 있으면서
짐짓 모른척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게 좀 우습죠?”
이원 시인은 선생님의 시집을 챙겨보내며
“91년이 바로 이 시간의 곁이라고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고백하자면 난 사실 그보다 오래 전에 이미 선생님을 내 마음에 들이고,
그 곁에 빌붙어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곁에 빌붙어 살고 있다.
8 thoughts on “16년만에 온 귀한 선물 – 오규원 시집『사랑의 감옥』”
제목의 하나하나 문자, 느릿느릿 더디게 찾아온 시집의 느낌을 나타내는 걸까요?
제목 보고는 시집의 사연이 담긴 글 읽어보니 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긴 느릿느릿 걸어서 온 건지도 몰라요.
선생님이 뛰질 못하셨다고 하거든요, 몸이 많이 아프셔서.
시집도 선생님을 그대로 닮았나 봐요.
두 번 다 나도 같이 갔었는데 그때 나라도 용기내서 문을 두드릴 걸…
워낙 조심스러우신 분이라 여겼는데…
제자들의 책을 보니 제자들은 수시로 드나들었던 걸.
그런 스승님과 만난 제자들이 부럽더라구.
많이 아쉬워…
그래도 난 한번 만났는 걸.
누군가 이 세상에 없는 뒤에야 그 마음을 알게된다는건 너무 쓸쓸해요.
시인님 말씀처럼 서로 잘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세월을 흘려보냈다는것도 쓸쓸하고.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난 당신을 좋아한다고 어린 아이처럼 말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래도 시인님의 마음을 아셨으니 기쁘시겠어요.
서로 잘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한다는 건, 그런 얘기는 아니고, 대담의 자리였는데 나올 얘기를 사실은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고 대답하면서 얘기를 하긴 해야 한다는 말이예요. 시인과의 대담이란게 묻고 대답하면서 시인의 시세계를 드러내는 건데 사실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본다는 거죠.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얘기를 안할 수는 없고… 특히 좋아하는 시인을 만나면 더더욱 그렇게 되어 버리죠.
선생님 마음은 알고 있었는데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듯한게 좀 슬퍼요.
아~그런 뜻이었군요.^^
아이들이랑 교회가서 아이들은 아이들 교육관에 들어가고
우리 부부는 교회가기 싫다고 합의하에 땡땡이를 쳤답니다.
남편이 조금 더 가기 싫어했죠.^^
이마트가서 책좀 사고 장을 봐오니 힌시간이 금방 가더군요.
열심히 믿는 분들에겐 책망받기 딱인데.^^
저희도 가끔 그래요.
그래도 일년에 한 서너 차례 교회를 갔었는데 저는 요즘은 통 교회를 안가게 되네요.
가끔 집사람 꼬드겨서 일요날 놀러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