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인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치사하게 만들곤 합니다.
며칠전 이원 시인이 새시집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교보에 나갔다가 보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그냥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그게 조금 할인이 되거든요.
그런 경우 보통은 곧바로 주문을 하고,
이틀 정도 기다렸다가 받아보곤 하지만
나는 그냥 기다려보자고 했습니다.
시인이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 순간 사람을 치사하게 만들었거든요.
-혹시 시인이 보내줄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그런 기대는 시집이 나왔다는데
선듯 한 권 사지 않고 미적대고 있는 나를
아주 치사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곤혹스런 감정을 함께 동반합니다.
그렇지만 난 그 치사한 느낌을 꾹 누르고 좀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그건 만약 시인이 보내주면,
시인이 보내주는 그 시집엔
시인의 손끝에서 직접 새겨진
시인의 이름 두 자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이원이라서 두 자입니다.
혹 내가 좋아하는 오규원 선생님의 제자이니
선생님의 이름에서 끝자 하나만 얻어내
그 이름을 만든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나는 며칠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이원의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인과 나는 한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혀 만난 적이 없는 것은 또 아닙니다.
나는 시인의 시와 만났고,
시인은 아마도 시인의 시를 얘기한 내 글과 만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문자의 만남은 느낌이 좀 건조합니다.
내가 굳이 시인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써서
이름 두 자를 새겨준 시집을 받고 싶었던 것은
그 이름 두 자를 보는 순간
시집 전체에 체온이 도는 듯한 남다른 느낌 때문입니다.
이번에 은근히 이원 시집이 오길 기다리며
이거 내가 너무 치사한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러나 그건 기다려 볼만한 일이었습니다.
시집의 표지를 넘겼을 때,
그 곳에 새겨진 시인의 이름 두 자에서
시인의 체온이 완연했습니다.
11 thoughts on “치사한, 그러나 행복한 기다림”
오늘 빗방울과 함께 고마운 선물이 함께 내렸습니다.
처음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멍~했는데, 이 원 시인님과 이스트맨님의 깜짝 선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방울과 함께 찾아 온 이 고마운 선물은 제게 행복한 웃음을 함께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원 시인님, 그리고 eastman님,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만들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책은 소중하게, 차곡차곡 머릿속에 집어넣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후훗, 저야 주소를 고자질한 거 밖에 달리 한 일이 없습죠.
그것도 뭐, 시인이 먼저 물어보던걸요.
저도 책을 보내주시는분이 계시는데 지금껏 마음으로만
감사드리고 뭔가 보답해드려야지..하면서도 해드린게 없어요.
명절돌아오면 그 핑계로 감사드려야겠어요.^^
가을소리님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계시잖아요.
그 맛있는 빵을 구워내는 재능 말예요.
그거 보내주시면 되지 않겠어요.
재미있고 공감가고 정겨운 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잡지사를 했었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자료서적을 제외한 일반 서적들은 돈주고 사지않고 그냥 총판에서 하나 들고오는 제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은 얄짤없이 빈 호주머니를 뒤적거려가며 책을 삽니다만…^^ ;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지금은 통 안가지만 예전에는 가끔 출판사에 갔었는데 그럼 새로 나온 책들을 여러 권 챙겨주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처음에는 아주 이상했어요. 이거 돈주고 사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대개는 책을 사서 봐요. 그래서 겹치는 책들이 좀 눈에 띄어요. 나중에 저자들이 보내주는 바람에… 사실 이원 시인의 시집도 요 전시집은 겹쳐 있어요.
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타고 왔네요.
부릉부릉, 치사하지만 행복할 기다림의 기대에 부응하려구요.
치사한 마음은 대개 밝히기 꺼려지는데, 역시나 솔직한 글이 제일로 읽기 좋아요.
이원님 글씨 멋스러우셔요.
요근래 여기서 본 게 있어선 서점 가면 ‘오규원’ ‘이원’님의 시집 살펴봐야겠어요.
그쵸… 글 잘쓰시는 분들은 글씨도 잘쓰시나봐요^^
시인 이원의 캐리커쳐도 이제하님이 그리셨더라구요.
참으로 반가웠어요.
작은 컷이지만 그게 참 매력적이거든요…^^
아마 서점에 가서 보시면 참 반가운 느낌이 들거예요.
마치 시집이 도루피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을걸요.^^
시집사고 만나서 사인받으면 더 좋은데 말예요.
서명이야 여기서 보았는 걸요~ ^^
과연 시가 저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요.
전때 말씀하신 이제하님의 캐리커쳐란 말씀이시죠?!
정말 매력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