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
마음이 울적합니다.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음악이 흐릅니다.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그냥 날 것의 음악입니다.
날 것이긴 하지만 보통은 이렇게 음악을 흘려놓으면
울적한 마음이 음악에 뒤섞여 희석되곤 합니다.
오늘은 그게 잘 되질 않습니다.
아무래도 음악에 맛이 진한 무엇인가를 곁들여야할 것 같습니다.
우선 불을 껐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를 끕니다.
컴퓨터는 끌 수가 없습니다.
음악을 MP3 파일을 이용해 iTunes로 듣거든요(요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방안에 갑자기 진한 어둠이 가득합니다.
커튼을 빨려고 거두어 놓았는데 좀 아쉽습니다.
커튼까지 치면 정말 어둠이 아주 두터워 지거든요.
커튼이 없어서 그런지 뒷집의 불빛이 창에 좀 어른거립니다.
스피커는 모두 여섯 개 입니다.
할인해서 3만원 주고 산 스피커입니다.
창쪽으로 세 개가 있고, 발 아래로 하나가 있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머리 바로 뒤로 있습니다.
창쪽에선 스피커 두 개의 윤곽이 까맣게 비칩니다.
네트웍 허브의 파랗고 빨간 불빛이 작은 눈알을 동그랗게 치켜 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방안의 어둠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진합니다.
난 눈을 감습니다.
어둠이 더욱 진해집니다.
이제 음악에 진한 어둠이 배어듭니다.
그러니까 이건 진한 어둠에 음악을 타서 듣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한 커피에 식빵이나 비스킷을 찍어 먹을 때의 느낌을 생각하면
아하, 그런 거야 하고, 금방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이 울적할 땐
이렇게 진한 어둠에 음악을 타서 듣는게 아주 괜찮습니다.
난 사실 화가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을 꺼놓고 음악을 듣고 있었죠.
아마 그때 누군가 내게 “불꺼놓고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면
난 “왜 불꺼놓고 음악들으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냐”라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을지도 모릅니다.
뭐, 화났을 때의 일반 어법이죠.
난 그런 일반 어법들이 싫고 화가 납니다.
그래서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불꺼놓고 뭐하는 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새롭게 궁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궁리 끝에 음악을 진한 어둠에 타서 듣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화가 나긴 했지만 그걸 누르면서 아주 좋은 것을 하나 얻은 셈입니다.
진한 어둠에 타서 듣는 음악을 얻었으니까요.
내 대답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냥 그렇게 진한 어둠에 음악을 타서 듣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8 thoughts on “진한 어둠에 음악 타서 듣기”
스스로 흐뭇한 대답을 얻어 편안히 주무셨나 보네요ㅎㅎ
도루피언니인거 아시죠~
어제는요.우리자매의 수다에서 먼지쌓일 새 없이,
자꾸만 꺼내서 즐거워할 이야기가 있는 시간이었어요
달과 해처럼 밤낮으로 빛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시길.
앗, 그럼 잠은 언제 자냐?
에이, 그건 나중에 걱정하자구요.
말씀하셨던게 이 글이네요.
반가왔고 또 참 고마왔어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편하고 훨씬 잘 머무르다 돌아왔어요.
만남에서도 많은 것 느끼고, 배우다가 왔답니다.
젊음이 좋네요.
이 밤에 들어가서 또 컴터를 켜다니.
난 이제 자야 겠어요.
좋은 밤 되시길.
아 참, 오늘은 즐거웠어요.
저는 제가 메인으로 쓰는 노트북의 외장형 CD롬 드라이브가 성능이 안좋아서
음반에서 음원을 인코딩해내는게 좀 껄끄러울때가 많습니다.
MD에 넣기위해 소닉스테이지를 어쩔 수 없이 킬 때 빼고는
컴퓨터로 음악은 잘 안듣게 되네요…;;
자주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최근에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한시간가량…
어둠속에서 음악을 틀어놓고…제가 평소 마음에 두고있던 여자와 문자를 주고받았었죠.
그때 오디오에 넣고 틀었던 CD가 aiko의 桜の木の下 앨범이었습니다…^^
저는 CD를 사선 처음에만 통채로 듣고 그 다음에는 좋아하는 곡만 인코딩해서 iTunes에서 듣죠. 어둠 속에서 음악듣는 건 저는 처음으로 느껴본 것 같습니다.
저희도 mp3파일 누르면 iTunes로 뜨는데 전 이게 싫더라구요.
그래서 알송으로 연결해 들어요.
어둠속에서의 음악은 배로 더 좋을것같아요.
예전엔 부부싸움하면 이불 뒤집어쓰고 울다 잤는데
요즘은 싸워본적이 없네요.ㅋㅋ 요즘은 어떻게 하고 잘지 궁금해서 싸워볼까?^^
모든걸 다 제게 맞춰주니 싸울일이 없는거에요. 제가 못됐는데도.
싸움은 사실 지겨워요.
안싸우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는게 문제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