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비가 왔다.
잠시 비가 뜸한 사이를 틈타, 놀이터로 나간다.
철봉에 물방울들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슬쩍 마음을 들이밀어 물방울로 하여금 철봉을 붙잡도록 한다.
하지만 이번엔 반응이 전혀 달랐다.
-이게 어디서 또 장난질이야.
붙잡기는 뭘 붙잡아. 우린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붙는게 특기야.
그러다 햇볕이라도 좀 난다 싶으면 아예 말라붙어 버리지.
마치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영원히 우리를 떼어낼 수 없게 하겠다는 듯이.
철봉의 그 차갑고 매끄러운 금속성 표정이면
모든 인연을 순식간에 끊어버릴 수 있지만
우리는 절대로 끊어내지 못하지.
떨어뜨렸다 싶어 손털고 뒤돌아 서 보면
또 다시 그 자리에서 씨익 웃으며 달라붙어 있는 게 우리야.
이제 기억에서 지웠다 싶으면
어느 비오는 날, 무더기로 몰려와선
온몸의 여기저기를 두드러기처럼 두드리며 달라붙지.
우린 안간힘으로 매달려 사는 불안한 운명이 아니야.
우린 털어도 털어도 털어낼 수 없는 찰거머리 운명이야.
너, 저번에 나한테 장난치더니
오늘 아주 잘 걸려 들었어.
그때 내가 철봉에 매달려 있느라고 팔빠지는 줄 알았는데
내 너 가만히 안둘거야.
내 마음은 내 것인줄 알았는데
가끔 세상이 세상 마음대로 내 마음을 부리기도 한다.
오늘 아무래도 빗방울에게 잘못 걸려든 것 같다.
비오는 날은 당분간 밖에 나가지 말아야 겠다.


6 thoughts on “철봉과 빗방울 2”
서울이었는데.. 이사왔어요.
지금은 포항이여요. *^^*
와, 엄청 멀리도 가셨군요.
포항은 딱 한번 가봤어요.
그냥 스쳐지나간 거지만요.
당분간이 짧기를.. *^^*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각을 가진 사진은 누가 찍나요? ㅎㅎ
철봉에 메달린 물방울은 넘 아름답고 맑네요..
.. 오늘 여긴 태풍 비바람 종일 몰아칩니다…
.. 오늘은 종일 공적하고 따스하네요…
빗방울이 나의 소행을 잊을 때까지만.
근데 서울이 아니었어요?
어디 남쪽인가 봐요.
서울은 하루 종일 비 한방울없고, 하늘은 완전 가을 하늘이예요.
왜 가서 바싹 마른 수건으로 닦아버리고 싶은건지.ㅋㅋ
그렇게좀 해주세요.
나 잘못 건드리면 뒤에 강력한 신공의 가을소리님 있다는 거 확실하게 보여주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