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꽃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15일 수락산에서

바위야, 바위야,
누가 입을 굳게 다물어 너의 굳은 침묵이 된 거니.
얼마나 많은 말을 안으로 삼키면
너처럼 굳고 우람한 바위가 되는 거니.
그렇게 안으로 삼키고 삼키다 더 이상 삼킬 수 없으면
드디어 세상으로 굴러
우르르 네 안의 소리를 쏟아내는 거니.
그 위험이 되는 거니.

바위에 핀 안스런 꽃아,
무슨 얘기가 그리도 절실해 그 굳은 가슴을 두드렸니.
그래, 그 가슴이 열리긴 열리든.
혹 너의 뿌리는 살기 위한 안간힘이 아니라
바위가 삼킨 얘기를 듣기 위해
그 굳은 속을 파고든 섬세한 청각 세포 같은 것은 아니었니.
혹 그 묵묵하고 아무 말없는 바위도
네가 소중한 건 알고 있었고,
너도 바위의 그 마음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니.
혹 새벽과 늦은 밤으로 바위에 맺히는 이슬 방울이
알고보니 바위가 너를 잃지 않기 위한
안간힘 같은 것은 아니었니.
혹 너의 그 작고 노란 꽃은
바위의 속, 그 깊은 곳의 얘기를 들은 날,
네 얼굴에 번진 미소같은 것은 아니었니.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15일 수락산에서

8 thoughts on “바위와 꽃

  1. 이성복님의 <남해 금산> 시 읽으면,
    그 여자 돌에 들어가 있다잖아요.
    이 글 읽으니 그 시가 생각나요.
    한 번 머릿속에 맴돌면 자꾸만 이렇게 연결돼 끄집어내게돼요.

    1. 그 시 다시 읽어보니 여자를 사랑해 돌 속으로 들어갔던 사람이 여자가 떠난 뒤 바닷가에서 혼자 바다에 잠기고 있네요.
      갑자기 꽃의 바위는 그가 들어갔던 돌이 아니라 그가 잠겼던 바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생각 끝에서 하나의 글귀를 얻었어요.

      그 꽃, 바위의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었네.

    2. 아니, 무슨 그런 위험한 말씀을.
      시인들, 오늘 배꼽 빠지면 어쩌려구.

      아, 그리고 제 평론은 시인들이 무지 좋아해요.
      그건 좀 잘하거든요.

    3. 그렇지 않아도 평론이 안 좋단 의미로 해석되어지면 어떡하지?
      그런 소심함 고개 내밀며 찾아왔는데, 양호하네요. ^ ^
      받은 시집, 동원님 평론까지 다 읽으면 독후감 A4 용지에 적어 제출할께요. (절대 농담임!)

  2. 바위위에서도 저렇게 꽃을 피우는데..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어제 저녁모임에서 들은 유머들중 한가지.^^
    아들: 아빠! 119 전화번호가 뭐예요?
    아빠: 114에 물어보면 되잖아!!
    ㅋㅋ 넘 썰렁한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