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 한음파가 강남의 한 무대에 섰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다.
<백야>와 <유령선>이란 제목의 곡이었고
또 한곡은 아직 곡의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며
그냥 아홉번째 곡이라고 소개를 했다.
마치 아직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이의 심장 고동을
어머니 배에 귀를 대고 듣는 듯 했다.
때로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곡을 들을 때도 있다.
음반으로 발표되기 전의 곡은 잉태된 상태의 음악이다.
뱃속의 아기치고는 눈과 코는 물론이고
요동치는 심장의 고동소리 또한 완연했다.
록 밴드의 음악에서 활로 켜는 현악기를 접하긴 쉽지 않다.
그런데 한음파의 공연에서 마두금이라는 악기를 보았다.
몽골 악기이며 악기의 끝부분이 말의 머리 모양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악기의 이름이 마두금이 된 연유였다.
처음에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말의 머리가 갖는 이미지의 환기력은 강력했다.
마두금을 타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드럼 소리가 말발굽 소리로 들렸다.
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연주자도 마두금을 켜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음의 말을 일으켜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