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8월 2일)는 잠깐 강화에 다녀왔다.
원래는 김포의 양곡에서 그녀가 일을 보는 동안 나는 사진을 찍다가
나중에 둘이 함께 합류하고
간 김에 강화 정도로 이동하여 사진을 찍을 계획이었다.
차가 여의도쯤을 지날 때,
블로그 이웃으로 알고 지내는 경내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얼굴좀 볼 수 있느냐는 얘기.
그래서 가능하면 강화로 오라고 했다.
냉큼 온다고 해서 그럼 강화 터미널에서 전화하라고 하고,
우리는 예정대로 양곡에 도착하여 그녀는 볼일을 보고,
나는 그 근처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나는 버스타고 강화 터미널로 가고,
그녀는 물어물어 강화 터미널까지 와서,
거의 때맞추어 도착한 경내씨, 문선씨랑 모두 합류했다.
그리고 넷이 강화를 돌아다니며 사진찍었다.
얼떨결에 출사 여행이 되고 말았다.
처음 간 곳은 며칠전의 연꽃 여행에서 들렀던 선원사 연꽃단지.
그때 걸어서 갔던 샛길을 이번에는 차로 갔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 아는 길을 안내하는 재미도 상당히 좋았다.
연꽃 축제가 시작되어 사람들은 많았지만
간간히 부슬부슬 뿌리는 비 때문인지 연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적었다.
연밭의 한가운데 놓인 연꽃 모양의 의자 속으로 들어가
잠시 한가한 시간을 즐긴다.
비가 내려 연잎에 물방울이 잡혀있곤 했다.
연잎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면
물방울이 또르륵또르륵 정신없이 굴러다닌다.
물방울 몇 개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 주었다.
아직 백련은 그다지 많이 피지 않았지만 홍련은 많이 피었다.
홍련 옆에는 장화가 있게 마련인데
연꽃 단지에 오면 홍련 옆에선 항상 백련이 짝을 이룬다.
연꽃 축제 기간이라 이것저것 파는 것이 많다.
여름에는 전혀 구경할 수 없는 국화빵도 있었다.
겨울을 따뜻하게 덥혀주던 국화빵이 아니라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국화빵이다.
찹쌀로 만든 국화빵이라 아주 맛있었다.
나와 그녀는 경내씨와 문선씨보다 하나씩 더 먹었다.
1000원에 9개인데 덤으로 하나가 더 왔다.
예전에 먹었던 묵밥집으로 가던 중에
동막해수욕장 가기전의 분오리 항구로 들어가 잠시 시간을 보낸다.
물이 빠져 뻘이 멀리까지 넓게 드러나 있었다.
망둥이 한마리가 뻘의 흙으로 위장을 하고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저기 망둥이 있다고 가리켜도 알아보질 못할 정도로 잘 위장을 하고 있었다.
정수사의 꽃창살.
어렵게 묵밥집을 찾아 늦은 점심겸 이른 저녁을 먹고 난 뒤
가까운 곳의 정수사를 찾았다.
올라가는 길이 초록과 안개에 묻혀 있어 오늘따라 더욱 좋다.
경내씨가 정수사는 꽃창살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정수사엔 한번 갔던 기억인데 몰랐던 사실이다.
대웅전의 앞쪽 문 네 개가
각각의 꽃병에서 문가득 꽃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문선씨와 그녀가 대웅전의 꽃창살 앞에 서서
우리나라에 몇개밖에 없다는 꽃무늬의 창살을 구경한다.
이 꽃은 무슨 꽃일까 궁금해하고 있었다.
경내씨의 도깨비 사냥.
처마끝에 도깨비 형상을 한 조각들이 있다.
절에는 온화한 표정의 부처님만 계신 것은 아니고
항상 보면 험악한 표정의 얼굴들이 함께 있다.
착한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잡귀들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들었다.
그 표정은 알고보면 귀신들도 놀랄 아주 험악한 표정인 셈이다.
대개 절을 찾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인지
그런 표정의 조각들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천연덕스럽게 사진찍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절의 도깨비는 우리 눈엔 귀엽고, 귀신 눈엔 무섭다.
같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니 모두가 제각각이다.
내가 여기 찍을 때, 그녀는 저기를 찍고,
경내씨와 문선씨는 또 다른 곳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흩어져서 찍고, 가끔 모여서 얘기 나누고,
또 흩어져서 사진찍고, 그러다 또 모여서 얘기 나눈다.
흩어지고, 모이고, 흩어지고, 또 모인다.
나는 벌써 이만큼을 내려와 계단을 올려다보고
계단 저 위에선 경내씨와 문선씨가 내려오며 사진의 모델이 되어 준다.
정수사에서 내려와 분오리 돈대의 항구로 다시 갔다.
뻘을 드러내놓고 있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물이 가득했다.
뻘에 코를 박고 있던 배들이 물에 제 그림자를 비추며 둥둥 떠 있었다.
배들은 물에 뜨면 종종 그림이 된다.
짙은 안개가 배경을 뭉개버려 배가 더욱 뚜렷이 부각되어 있었다.
낚시하는 사람들.
어떤 사람은 조용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고,
어떤 사람은 낚싯줄을 건져내 살펴보고 있고,
어떤 사람은 낚싯줄을 막 던지려 하는 중이고,
어떤 사람은 낚싯대를 위아래로 약간씩 흔들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낚싯대를 감아올리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그들 모두를 구경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 모두를 사진에 담고 있었다.
낚시로 고기만 낚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낚시로 사랑도 낚을 수 있다.
온 김에 밤의 동막해수욕장도 들러보자는 의견에 따라
바로 언덕 하나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동막해수욕장으로 갔다.
젊은 사람들이 모래밭에서 인어 만들기에 한참 열중이다.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매번 동막을 지날 때면 누가 저런 곳에서 해수욕을 하나 궁금했었는데
오늘보니 그곳이 여름 한철에는 물과 함께 놀만한 곳이었다.
서울로 돌아와선 집근처에서 맥주 한잔하고 헤어졌다.
하루 즐겁게 보냈다.
9 thoughts on “잠깐의 강화 여행”
비내린 후 촉촉하게 젖은 느낌의 사진 …살짝 푸른빛이 감도는 듯한 기분..
(과연 이 표현이 적당할런지는..-_-;)
오~! 마지막 사진은 순간이동 하는 모습같아요~~~~~!!!
그게 저녁 8시경이라 노출 시간이 1초를 넘다보니 그런 현상이…
잘 기억해 뒀다가, 저도 강화도에 가보겠어요.
꽃창살… 처음 봐요.
또 망둥어는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_-
인터넷 시대가 좋긴 좋아요.
이렇게 만나 같이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술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저도 꽃창살이란 걸 몰랐는데 같이 간 처자가 그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설명을 해주더라구요.
김포 양촌리에 있는 곳이야.
양곡이 지역명이 아니구.
꽃창살 처음 봤는데 단청을 새로 해서 그런가… 감흥은 좀 반감되는 느낌이었어.
그냥 오래된 느낌이면 참 좋은데…
기와도 새로 올렸던 걸.
오래된 느낌을 주는 곳은 그곳을 올라가는 길이더라.
나는 안개 자욱한 그 길이 가장 맘에 들더라.
버스에 양곡이라고 써 있던데… 안내 방송도 양곡 앞이라고 나오던데… 양촌이라고 들어보진 못했는데…
찾아봤는데 양촌면 양곡리래.
양촌은 면, 양곡은 리.
이 여행기는 함께해선 특히나 꼭꼭 씹어 보는 맛이 일품이에요.
도깨비 발견한 전 착하지 않은 사람 맞아요. ㅋㅋ
저 보이지도 않던 망둥이 사진에서 제대로 잘 봤네요~
낚시장면은 생동감이 느껴지고 둥둥 떠 있는 배는 한폭의 그림.
홍련 옆의 장화 이야기랑 바다 모래사장에 누운 인어공주 유쾌해요.
저흰 오늘은 게으름 피우다가 비 핑계 대고, 드라마 보고 놀아요.
아무래도 휴가 하루 이런 날도 있어야지싶어요.
꽃창살 사진 추가했어요.
도깨비 무서워하지 않는 거 보니 착하다는 소리인데…
이번에도 좋은 사진 많이 찍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