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담을 현실을 잠시 노래로 가져오는 일 – 이소선합창단의 6.15 자주평화통일대회 대비 합동 연습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6월 8일 6.15 자주평화통일대회 대비 합동 연습
서울 청계천의 전태일 기념관 공연장

이소선합창단이 2022년 6월 8일 수요일에 연습을 했다. 장소는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 기념관 공연장이었다. 이번 연습은 특별했다. 615 합창단과 함께 한 연습이었기 때문이다. 두 합창단은 다음 주 6월 15일에 있을 6.15 공동선언 발표 22돌 자주평화통일대회에서 함께 목소리를 모은다.
두 합창단이 한자리에 모이자 합창단의 연습은 연대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마침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시점이기도 했다. 연대를 통해 힘을 합치면 노래마저도 더 웅장하고 아름답게 바뀐다. 두 합창단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세상의 노동자들이나 평화와 통일을 꿈꾸는 이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를 노래 자체로 말하고 있었다.
두 합창단이 연습한 노래는 두 곡이다. 하나는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 였고, 다른 하나는 <철망 앞에서>이다. 노래가 “이땅에 흘린 피로 맺혀 있네”라는 부분으로 흐를 때 지휘자 임정현은 이땅에가 잇땅에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내게는 그 둘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내는 능력이 항상 경이롭기만 하다. 지휘자는 노래가 “우리는 해방의 나라로 가야 하네”라는 부분에 이르자 해방의 나라로 가는 것이니까 마치 빵빠레를 울리듯이 힘차게 부르라고 했다. “죽은 자 무엇으로 남았는가” 부분에선 이 부분에서 음정이 떨어지면 분위기가 기괴해진다고 했다. 때문에 제자리 뛰기를 할 때 힘을 모으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미리 준비를 하여 이 부분을 불러야 그러한 분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노래를 한다는 것이 섬세하게 노래를 다듬어 가며 노래를 망칠 수 있는 것들을 막는 작업이기도 했다.
연습은 두 번째 노래 <철망 앞에서>로 이어졌다. 지휘자는 이 노래에 강약의 변화를 주자며 그렇게 하면 생명력이 생긴다고 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 애들이 장난칠 때의 동심을 생각하며 그런 심정으로 분단의 철망을 걷어내는 즐거움을 노래에 실으라고 했다. 지휘자는 엄숙하게 하지 말고 아름답고 멋있게 하라고 주문했다. 바깥으로 즐거움을 표현하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피아노, 그러니까 약하게를 뜻하는 음악 기호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이 곡에서의 피아노는 단순히 약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이 있는 피아노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노래의 내용은 심각하지만 동시에 우리들의 소망이니까 애들처럼 즐겁게 하라고 했다.
함께 부를 노래를 연습한 뒤 615 합창단은 가고 이소선합창단은 한 시간 동안 합창단이 단독으로 부를 노래를 더 연습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연습은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래에 담을 현실을 잠시 노래로 가져오는 일 같이 느껴진다. 때문에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를 부를 때는 잠시 분단된 남북이 이어지고, <철망 앞에서>를 부를 때는 남북을 가르고 있는 철망이 잠시 걷히면서 평화가 노래를 듣는 우리의 것이 된다. 그것은 듣는 이에게 큰 감동이어서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짜릿한 전율을 피할 수가 없다. 때문에 나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감전사의 위험이 있는 듯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으니 안심하고 노래를 들으시라는 안내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이소선합창단 후원 문의: ysschor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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