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귀가의 자유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6월 27일 서울 천호동의 집앞 골목에서

가끔 종로나 을지로에서 술을 마시고 밤늦은 귀가를 하던 때가 있었다. 심야버스를 타고 동네에 도착하면 시간은 내게 새벽 3시라고 알려주곤 했다. 그 시간의 동네는 가로등만 밤을 밝히고 있을 뿐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적막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곤 했다. 그런데 새벽 3시의 늦은 귀가는 아무런 속박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연상시키기 쉽지만 이상하게 그 시간의 나는 자유를 체감하지 못했다. 집을 나와 혼자 지내면서 늦은 귀가가 잦아지고 있다. 이상한 것은 아무도 없는 텅빈 거처로 돌아오는 늦은 귀가 때마다 이제는 자유를 체감한다. 문득 옛시절을 돌아보며 생각하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늦은 귀가는 마찬가지인데 왜 그때는 자유가 체감되지 않은 것일까. 혹시 이해를 구해야할 필요가 있는 자유는 그 이해를 얻는 경우에도 이미 자유가 아닌 것은 아닐까. 자유란 이해를 구할 필요조차 없을 때 비소로 자유가 아닐까. 비슷한 얘기를 딸에게 들은 적이 있다. 유학간 딸을 보러 도쿄로 갔을 때, 도쿄에 와서 가장 좋았던게 뭐냐고 물었더니 딸은 아무런 주저 없이 자유지 뭐라고 답했다. 딸이 하는 일에 대해 이해가 많은 부모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모마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온전한 자유에는 걸림돌이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의 늦은 귀가 때마다 이제는 내가 그 자유를 체감하고 있다. 늦은 귀가가 곧 자유는 아니다. 그 늦은 귀가에 대해 이해를 구할 필요조차 없을 때 비로소 자유이다. 그 자유를 체감하는 재미에 자꾸만 귀가가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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