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꽃을 보았을 때는
천이 다 뜯겨나가고 살만 남은 우산인 줄 알았다.
그것도 버려져 뒤집혀 있는 우산의 형상이었다.
꽃의 이름은 뒤늦게 알았다.
이름은 꽃무릇이다.
무릇 바로 내가 꽃이지 하는 뜻이 아닐까 머리를 굴렸지만
‘무리지어 핀다’는 특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 무리는 붉은 바다를 이룰 정도라고 한다.
양수리 세미원의 온실에서 찍은 것이라 무리는 만나질 못하고,
달랑 한송이를 마주했을 뿐이다.
철이 되었을 때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에 가면
붉게 산기슭을 물들인 이름 그대로의 꽃무리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한여름에 만났지만 사실은 가을꽃이다.
9~10월에 핀다.
내가 우산살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수술이었고, 가운데 부분이 꽃이다.
수술은 꽃 하나당 여섯 개이며, 세어 봤더니 맞는 것 같다.
꽃무릇의 다른 이름은 석산화(石蒜花)이다.
석산의 산은 마늘이란 뜻이다.
한자를 그 뜻 그대로 순우리 말로 풀면 돌마늘꽃이란 이름이 된다.
뿌리가 마늘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이 꽃은 또 꽃이 피었을 때 잎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보통 상사화라 불리는 꽃들이 그런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상사화는 잎이 다 지고 난 뒤,
아무 것도 없는 땅에서 대궁이 솟아 오르고
그 대궁에서 꽃이 핀다.
꽃무릇도 잎이 없는 줄기에서 꽃만 달랑피기 때문에
상사화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같은 꽃이지만
무리지어 사는 모습으로, 그 뿌리의 형상으로, 꽃과 잎이 피는 모습으로
그때마다 꽃무릇, 석산화, 상사화로 그 이름을 달리한다.
우리는 눈길을 꽃에만 주지만 삶은 꽃에만 있지는 않다.
삶은 꽃의 뿌리와 잎에도 있으며,
심지어 다른 꽃과 함께 하는 무리의 생활 속에까지 있다.
10 thoughts on “꽃무릇”
선운사에 상사화만 보려고 간 적이 있습니다.
슬픈 사랑이 있는 꽃이더군요.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 저렇게 살만남고 꽃잎을 채울질 못했으려나요.
버려져 뒤집혀 있는 살만 남은 우산~~
느낌의 여유를 보며 즐감합니다.
그래도 살이 빨간 우산이라 그런지 버려져 살만 남았어도 느낌은 예쁘기만 했어요.
‘우산이 뜯겨 살만 남은’ ㅋㅋㅋ
저는 요염한 여자의 속눈썹을 닮았다 생각 했어요. ㅋㅋ
그 말씀 들으니 색깔이 정말 요염한 걸요.
재작년 가을날 통도사 게시판 뒷켠에 몰래 살짝 숨어있더 그 꽃이네요.
상사화로 찾고는, 스님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 의미심장하게 보았던,
하지만 지금은 또 기억 안나요. 헤헤.
그러고보니 잎이 없었구나 했어요, 찬찬히 설명해주시니 이름 외우기도 좋네요.
무슨 날씨가 말복지나고 점점 더 더워지네요.
선운사에도 꽃무릇 군락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못봤네요.
선운사 들렀을때는 몰랐었고.^^
한번 무리지어 피어있는거 보고싶어요.
고게 절내에 있는게 아니고 산에 올라가야 있다고 들었어요.
저도 저 꽃의 군락을 한번 찍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