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투쟁, 하나된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명동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투쟁문화제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7월 6일 명동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투쟁문화제 공연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7월 6일 목요일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열린 이 호텔 해고노동자들의 투쟁 문화제에 함께 했다.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 집회이다. 이소선합창단은 한 달에 한 번 일정을 내 이 집회의 노동자들과 함께 해왔다. 하지만 근래에는 일정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양회동 열사 추모제에 계속 시간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추모제가 마무리되면서 합창단은 다시 명동을 찾았다.
단원들이 명동역 10번 출구의 계단을 올라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을 나가야 세종호텔이 있기 때문이지만 집회에 참석하는 단원들이 그 통로로 가장 많이 나온다는 점 때문에 명동역 10번 출구는 마치 노동해방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세종호텔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집회는 길고 오래 계속되고 있다. 싸움이 길어지면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의 싸움은 올 때마다 참가자들을 경이롭게 만든다. 참가자들이 집회를 하는 동안 즐거운 싸움을 체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곳의 노동자들이 단순히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그 즐거움에서 크게 한몫한다.
노동은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한 일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곳의 노동자는 모두 미련없이 좀 더 좋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노동자는 다른 직장을 마다하고 이곳에서 다시 일하기 위해 싸운다. 이곳의 노동자들이 일하여 이곳 호텔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를 높인 삶이 바로 이 호텔의 구석구석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바쳐 만들어낸 그 빛나는 삶의 현장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싸운다. 그들은 직장을 얻으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바친 빛나는 시간의 가치를 해고라는 폭력 앞에 잃을 수 없어서 싸운다. 그래서 이곳의 싸움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의 힘이 되고 있다. 노동자의 싸움은 그 싸움만으로 또다른 노동자들에게 힘이 된다.
이소선합창단은 모두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곡은 <영원한 노동자> 였다.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여 만든 노래이다. 노래는 그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지만 그 불로 진정 불태워 버리려 했던 것은 “착취의 손”이었고 “억압의 벽”이었다고 말한다. 노래의 앞에 앉은 노동자들은 그 착취와 억압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착취와 억압을 불태우고 가야할 세상을 노래는 “눈부신 노동의 나라”라 했다. 노동은 그 성실로 빛나는 삶을 일구어내지만 그 성실은 자본가의 탐욕 앞에 일자리를 쫓겨나는 해고로 빛이 바래고 또 정당한 댓가가 주어지지 않을 때도 색이 바랜다. 노동이 눈부신 세상에선 고용은 안정되고 노동의 댓가는 정당해야 할 것이다. 첫 곡이 그 세상을 노래했다.
두 번째 노래는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 였다. 노래는 “피땀의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 우리 새 세상 노동자”을 노래한다. 피와 땀을 받쳐 일하는 노동의 삶은 그것으로 가치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코로나로 경영이 어렵다고 노동자를 쫓아내고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그들을 다시 직장으로 부르지 않은채 값싼 계약직 노동으로 그 자리를 메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낡고 청산해야 할 세상이다. 노래가 그런 세상 청산하고 노동이 “찬란한 꽃으로” 피어나는 “새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노래는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였다. 노래는 목소리를 모아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를 외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노래 자체가 단결로 시작된다. 노래는 그 단결이 “수천의 외침 큰 파도로 일어나” 고 궁극에는 “자유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는 끝내 승리하리라” 예언한다. 그 승리는 노동자를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노동이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해야할 가치가 되는 세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때문에 어떤 승리는 예언을 넘어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당위이다. 예언은 곧 당위이기도 했다.
앵콜이 나왔다. 사실 집회에 온 노동자들이 많은 집회를 거쳐 그 자리에 왔기 때문에 집회 참가자들의 피로를 생각하여 앵콜을 받지 않으려 했으나 열화와 같은 한곡 더의 요청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앵콜곡으로 <해방을 향한 진군>을 불렀다. “투쟁의 망치”로 “노동자의 하늘”이 열렸고, 그 하늘 아래 “노동해방의 약속”으로 “총파업 전선”에 선 노동자들이 노래 속에 있었다.
집회의 마지막 순서가 되었을 때 모두가 <파업가>를 불렀다. 하나된 노동자들이 모두 주먹을 굳게 쥐고 있었다. 흔들림 없는 굳건한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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