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릇 사다주는 남자입니다.
기회가 있어 출장을 가면
돌아오는 길에 꼭 그릇을 챙겨갖고 온다는 군요.
물론 아내에게 줄 선물입니다.
그릇이라…
아주 특이해 보이는 선물입니다.
아마도 낯선 출장지의 거리에서
그 그릇을 고르고 있을 때
그의 마음 속엔 아내가 있었겠지요.
거기까진 다른 선물을 고르는 이들의 마음도 똑같을 것 같습니다.
선물로 반지나 목걸이를 고르는 이도
그 순간엔 마음 속에 아내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선 좀 달라집니다.
그가 아내에게 들고온 선물은
아마도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식탁 위로 나오겠지요.
내가 놀러간 날도
처음엔 그가 자신의 아내에게 내민 선물이었던 그의 그릇들을
식탁 위에서 만났으니까요.
그건 마치 자장이라도 가진 듯 눈길을 끌어당기는 예쁜 그릇들이었습니다.
보통 그릇엔 음식이 담기게 마련인데
눈여겨 보니 그의 그릇엔 아내에 대한 그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아마도 출장지에서 그릇을 고를 때부터
그의 마음이 그 자리에 둥지를 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아내가 음식을 해서 그의 그릇에 담아주면
그는 자신의 마음으로 그것을 받는 셈입니다.
아마도 매번 그릇을 고르고,
그것을 아내에게 줄 선물로 들고오는 그는,
그 그릇을 건네며,
“당신이 해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는 그것을 몸에만 담지 않고 마음에도 담겠어요”라고
속삭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렇게 아내가 차려준 식사를 할 때마다
음식을 그릇에 담아 먹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함께 챙깁니다.
그릇에 음식을 담아먹을 때면 식사의 즐거움이 있고,
마음으로 그 음식을 받는 자리에선 그의 사랑이 쌓여갑니다.
그들의 식탁에선 그 두 가지가 매일매일 함께 이루어집니다.
24 thoughts on “그릇 사다주는 남자”
결혼은 물론이고 남자친구라는 것에
생각하지 않다가도
가끔 이렇게 동원님의 글을 보면
그냥 마음한켠에 슬쩍 싸~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요
이래서 사랑을 하는거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ㅎㅎ
시대가 참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사람들이 결혼에 목메는 경우를 보질 못했거든요.
좋은 변화같기도 하구…
혼자 잘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직 집이나 사무실에 놀러가서 오랫 동안 살펴보질 못했어요.
분명 멋진 모습이 있을 거예요.
대개는 주변에 온통 결혼한 사람들 뿐이예요.
아름다운 부부가 참 많네요. 부러워라~
남편이 선물사오면 돈아깝게 뭐하러 사왔냐고 타박줬더니
이젠 제게 꽃선물만 하네요.^^
다 자업자득이죠.ㅎ
결혼 전, 화장품 세트를 선물로 주길래 뭐라했습니다.
“나, 그 화장품 안쓴다. 글고 며칠 전에 샀으니 필요없다”구요.
남편 엄청 화났었는데 꾹 참았다더군요.
결혼후, 남편이 독일에 출장 갔을 때는 쌍둥이 칼을 사왔는데 제가 또 뭐라했어요.
“우리나라에 칼이없냐? 음식 만들다가 손 베면 어쩌려고 칼을사왔냐?”고…
남편이 선물주면 기분좋게 받으면 될 텐데 늘 아깝니, 필요없니 잔소리하다가
이젠 선물 받아본지 오래되었네요.^^
한 번은 해외출장갔다가 향수를 사왔길래
“나, 향수 알러지있잖아. 싫은데..”하며 서랍에 넣어놨는데
아이가 장난감처럼 갖고 놀더군요.^^
찍소리말고 고맙게 받아야하는데 이 별종땜시 남편이 무지 속상했을거예요.
요샌 결혼기념일이고, 생일이고 선물 받은지 꽤 오래됐네요.
저는 생일이나 기념일 잘 안챙기거든요.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뭐 색다를 게있냐 생각하죠.ㅎ
남편이 감옥에 있을 때 pd수첩에서 저희집에 촬영왔었는데 마침 결혼기념일이었어요.
결혼기념일인데 속상하지 않냐고 묻더군요.
“저는 기념일에 무슨 의미부여하지 않기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아요.”했네요.^^
저, 별종 맞죠?^^
평등공주님 남편께 하늘의 별같은 존재인 별종이실 듯.
정말 멋진 남자네요.^^
저렴한 그릇이라해도 무지 소중할거같아요. 귀한 손님이 오셨을때나 내고 싶은.^^
음, 가을소리님 남편께서도 못지 않을 걸요.
언제 제 눈에 딱 걸려들면 각오하세요.
제 블로그 장식하는 거요.
가을소리님이 지나치는 남편의 한순간을 제가 잡아채서 가을소리님에 대한 남편의 사랑을 낚아올릴지 몰라요.
그릇도 이쁘고, 그 그릇 꽃 위에 소복히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네요.
두분의 사진에서 남편 분이 아내 분을 바라보고
아내분 해사하게 웃으시는 그 순간의 흔적도 참 좋으네요.
내가 그날 저 그릇에 무엇인가를 담아 먹으면 꽃향기가 난다고 뻥을 쳤어요. 근데 정말 그럴 것 같지 않아요?
뻥이셨어요?
ㅋ
제 얘기의 90퍼센트는 뻥이라고 보심이…
그치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뻥인줄 알면서도 믿어주고 웃어주는 사람들.
동원님 이야기는 마술에 보면 뽑아도 뽑아도 멈추지 않았던 손수건 묶음 같애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말씀 듣고보니 꽃향기가 나네요~ ^ ^
음, 역시 도루피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분이세요.
이스트맨님 블로그는 제 미래신랑이 필독해야할 블로그랍니다!!
^^
그릇 사다주는 남자는 좀 본받을만 해요.
남들이 자신들 얘기로 제 블로그를 풍요롭게 해주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
나중에 바둑이님도 눈따가운 결혼 생활로 제게 염장질러 주세요.
남친이 자식같고 형제같고 식구같고 그러는데….
권태기인가.요?..ㅎㅎㅎ^^;;
뭐, 한마디로 요약하면 편하다는 얘기네요.
요즘 제가 읽고 있는 <기다림>이란 소설 속에 “만약 사랑과 마음의 평화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 마음의 평화가 저에겐 편안함의 다른 말이예요. 사랑의 궁극이기도 하죠. 사랑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사랑이 둘 사이에 깊이 배어버린 상태랄까…
한참 동원님 글터를 기웃거리지 않다가
출석 부르셨다길래 뒷문으로 살짝 들어왔습니다.
쑥스런 남자가 되어버렸고,
저나 아내나 시문에 등장하니 고맙기도 합니다.
누옥을 방문해 주시고 정겨운 대화 나눠주셔서
즐거운 여름밤이었습니다.
그날 결례가 많았어요.
제가 그만 너무 떠들어서…
그릇에 담긴 아내 사랑을 엿본 것은 저의 행운이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아마 다음에 만나도 대화의 주도권은 두 분이 잡으실 겁니다.
저희 부부의 나쁘지 않은 취향 가운데 하나는,
비교적 듣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거든요.
물론 무조건 듣는다는 건 아니지만(때론 자르기도 해요),
사유와 삶의 폭이 넓은 두 분의 대화를 듣는 건 즐거움이었다니까요.^^
그는 먹는걸 즐기는 남자입니다.
입으로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기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이쁜 그릇에 맘이 가는 남자입니다.
그녀는 소박한 음식을 보기좋게 담는걸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그가 사다준 그릇은 그들의 식탁에서 사온 이의 마음을 흐믓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그는 그릇 선물이 즐겁습니다.
사실 그릇을 고르는 그의 마음에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만큼 담겨있을거란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사실이 궁금…..
여기에 올라오니 메스컴이라도 탄 기분이네요 ^^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객의 눈이 뭘볼까도 싶지만 그 눈도 믿어볼만 해요. 같이 살면 아는 것 모르는 것 없이 다 알 것 같지만 실제로는 너무 가까워서 안보이는 것도 많거든요.
그날 고마웠습니다.
전 사실을 궁금해 하지 않고, 그냥 제가 원하는대로 꿈을 꾸죠. 사실이 꿈을 비틀어 버리면 가끔 너무 힘들어지곤 해요.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그릇가게를 기웃거릴 수 있겠어요.
그릇사다 주는 남자, 너무 시적이지 않나요…^^
특히 빨간 그릇은 털보가 좋아하는 색입니다.
빨간 그릇에 음식을 담아서 예뻐보이기는 참 힘든데 어떻게 빨간 그릇을 사실 수 있었는지…ㅎㅎㅎ
선물의 주면서 그렇게 달콤하게 말해 준다면 아마도 행복은 배가 될것 같아요!
말안해도 그렇게 알아들어주면 더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