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 날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단지에서

난 어릴 땐, 가끔 하늘을 날곤 했다.
어릴 땐 그냥 두 팔을 벌리면
그것으로 비행기 날개를 삼을 수 있었고,
그럼 난 그때부터 지상을 날 수 있었다.
어른들 보기엔 두 다리의 달음박질에 묶인 비행기 장난에 불과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평상시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니던 동네를
낮은 저공비행으로 아슬아슬하게 날아다녔다.
그러다 뒷동산에 올라 양팔을 펼치는 날이면
난 동네 한바퀴를 공중으로 선회한 뒤
건너편 산을 손쉽게 날아갔다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직 꽃이 많이 피지 않은 연꽃단지는 온통 푸른 연잎들 뿐이다.
연잎은 모두 대궁에 목을 메고,
높아보았자 대부분 내 키를 밑도는 높이에 묶여 있다.
그러나 발이 지상에 묶인 내가 팔을 펼치는 것만으로 하늘을 날았듯이
연잎도 어릴 적 나처럼 팔을 좌우로 길게 펼치고 하늘을 난다.
바람의 부력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잎 전체를 날개삼아 푸르게 펼쳐든다.
연잎이나 우리나 때로,
팔을 펼치는 것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
지상의 중력이 무겁게 느껴지면
가끔 팔을 옆으로 펼치고 하늘을 날아볼 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26일 시흥 관곡지 연꽃단지에서

8 thoughts on “연잎 날다

  1. 어릴때 젤 많이 꾼 꿈이 높은곳에 올라가서 날갯짓을 하며 뛰어내리는 꿈이었어요.^^
    정말 꿈속에선 조금은 나는듯했죠. 그꿈이 키크는 꿈이라죠?^^
    드넓은 연잎은 비올때 제격일거같음. 꺼꾸로 뒤집어서 쓰면요.^^

  2. 예전 고등학교때 꿈이 뭐냐고 선생님이 물은 적이 있었지요.
    다들 거창하게 애기하는데 한 친구가 대답했답니다.
    “독수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날고 싶습니다.”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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