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땐, 가끔 하늘을 날곤 했다.
어릴 땐 그냥 두 팔을 벌리면
그것으로 비행기 날개를 삼을 수 있었고,
그럼 난 그때부터 지상을 날 수 있었다.
어른들 보기엔 두 다리의 달음박질에 묶인 비행기 장난에 불과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평상시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니던 동네를
낮은 저공비행으로 아슬아슬하게 날아다녔다.
그러다 뒷동산에 올라 양팔을 펼치는 날이면
난 동네 한바퀴를 공중으로 선회한 뒤
건너편 산을 손쉽게 날아갔다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직 꽃이 많이 피지 않은 연꽃단지는 온통 푸른 연잎들 뿐이다.
연잎은 모두 대궁에 목을 메고,
높아보았자 대부분 내 키를 밑도는 높이에 묶여 있다.
그러나 발이 지상에 묶인 내가 팔을 펼치는 것만으로 하늘을 날았듯이
연잎도 어릴 적 나처럼 팔을 좌우로 길게 펼치고 하늘을 난다.
바람의 부력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잎 전체를 날개삼아 푸르게 펼쳐든다.
연잎이나 우리나 때로,
팔을 펼치는 것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
지상의 중력이 무겁게 느껴지면
가끔 팔을 옆으로 펼치고 하늘을 날아볼 일이다.
8 thoughts on “연잎 날다”
정말 얼굴이 작네요~
팔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참 곱습니다.
그야 날 때는 새니까요.
언젠가 만화에서 저런 장면 본 적이 있는 거 같아요.
어릴때 젤 많이 꾼 꿈이 높은곳에 올라가서 날갯짓을 하며 뛰어내리는 꿈이었어요.^^
정말 꿈속에선 조금은 나는듯했죠. 그꿈이 키크는 꿈이라죠?^^
드넓은 연잎은 비올때 제격일거같음. 꺼꾸로 뒤집어서 쓰면요.^^
즉석 우산이 되죠.
실제로 쓰고 가는 사람도 보긴 봤어요.
큰 것은 정말 크더라구요.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 라는 책이 생각나는 연잎….
일러스트 바둑이님이 그린 건가 했더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바둑이님 이름이 나오는 책들이 무지 많네요.
예전 고등학교때 꿈이 뭐냐고 선생님이 물은 적이 있었지요.
다들 거창하게 애기하는데 한 친구가 대답했답니다.
“독수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날고 싶습니다.”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혹시 연꽃을 키우면서 연잎과 함께 날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