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한쪽 구석,
알전구가 눈을 감고 잠을 잡니다.
천정을 파고 들어가 깊숙한 구멍을 만들고
빛이 넘보지 못하게 검은 어둠으로 경계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리곤 몸을 동그랗게 말고 태아처럼 오그린 자세로 잠을 잡니다.
가까이 인기척만 보여도 눈을 뜰듯 불안한 느낌입니다.
알전구의 잠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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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쪽 구석에선 형광등이 잠을 잡니다.
다리를 길게 뻗고
쿨쿨 소리가 금방이라도 귓전에 들릴 듯 편안하게 잠을 잡니다.
빛이 간섭을 하거나 말거나 아무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자다 업어가도 모를 듯 잠을 잡니다.
퍼져 보이긴 하지만 느낌은 편안한 잠입니다.
형광등의 잠은 그렇습니다.
4 thoughts on “알전구와 형광등”
위의 사진은 냄비뚜껑인지알았어요.ㅋㅋ
옛이름들이 참 정감있는 이름들이죠.^^
ㅋ 그러고 보니 냄비뚜껑을 거꾸로 놓고 찍은 것 같네요. 전구가 좀더 잘 보이게 할 걸 그랬나요.
굽은 다리역 처음 듣고는,
엥? 굽은 다리?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정직한 이름이더군요. ㅎ
지하철이 생기면서 옛날의 잊혀진 이름을 되찾은 경우가 많아요. 장안평도 장한평으로 불렸었는데 바로잡았고, 굽은다리는 그 전에만 해도 고분다리라고 불렸는데 바로 잡았죠. 처음엔 여기에 옛날에 고분이 있었나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