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는 하나도 안남고 음악만 남는 경우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가 그랬다. 영화는 거의 탐탁하질 않았다. 내용도 크게 수긍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에 만났던 노래 하나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내게 남았다. 그것은 일본의 유가라는 가수가 부른 It’s too late였다. 오래전 나온 나온 노래를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다시 부른 것이었지만 나는 유가가 부른 노래가 좋았다. 애플 뮤직에서 찾아 여러 차례 듣게 되었다.
그러자 애플 뮤직에는 새로운 노래를 주로 들려주는 디스커버리 스테이션이란 항목이 있다. 내가 즐겨듣는다. 그런데 이 스테이션의 노래를 들을 때 유가의 다른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테가미⟫라는 곡을 듣게 되었다. 노래가 좋았다. 제목과 가수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테가미는 한자로 수지(手紙)라고 되어 있었고, 일본어 사전에 넣었더니(넣었더니 라고 쓴 것은 종이 사전이 아니라 인터넷의 사전 사이트에서 입력하여 찾기 떼문이다) 편지라고 나왔다. 가수의 이름은 한자로 우하(優河)였다. 뜻은 영어로 젠틀 리버(gentle river)라고 되어 있었다. 조용한 강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우(優)는 아름답다는 뜻도 있어서 아름다운 강으로 해도 되겠다 싶었다. 가수의 홈페이지도 있어 그곳에 있는 약력도 살펴보았다.
가사는 애플 뮤직에서 노래가 나올 때 동시에 보여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나왔다. 일본어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とうの昔にあなたが
この世界から消えてしまっていたこと
誰も教えてはくれなかった
手紙の来ない朝も
恋人を愛する夜も
あなたはもう
夏が過ぎたあの朝も
銀色の月のこの夜も
あなたはもう
볼 수 없다
あなたにはもう
見せることができない
とうの昔にあなたが
この世界から消えてしまっていたこと
誰も教えてはくれなかった
誰も
あの夜あの道をひとり歩くまで
하지만 나는 일본어를 모른다. 그렇지만 맥 오에스에 기본으로 장착된 번역 기능이 일본어로 된 가사의 뜻이 이렇다고 알려주었다.
옛날에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편지가 오지 않는 아침도
연인을 사랑하는 밤도
당신은 이제
여름이 지난 그 아침도
은빛 달의 이 밤도
당신은 이제
볼 수 없다
옛날에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무도
그날 밤 저 길을 혼자 걸을 때까지
컴퓨터가 제대로 옮겨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너무 그럴 듯하다. 넷플릭스에서 봤지만 영화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다. 그렇지만 영화 끝무렵에 들은 노래 한 곡이 남았다. 노래는 애플 뮤직이 계속하여 들려주었다. 그러다 같은 가수의 다른 노래를 알게 되었다. ⟪테가미⟫란 그 곡의 가사는 맥 오에스의 번역 기능이 알려준다. 영화에 나온 노래로 가수를 알게 되고, 그 가수가 나를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 노래로 데려가자 컴퓨터가 그 뜻을 알려주었다. 내가 신비로운 시대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