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으로 만들어가는 공연의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작은 공연 대비 연습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8월 31일 이소선합창단의 작은 공연 대비 연습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울림터

이소선합창단의 2019년 8월 31일 토요일 일정은 광화문에서 시작되었다. 오후 2시의 시간에 합창단은 화물연대 결의 대회의 무대에 올랐다. 한 시간 뒤인 오후 3시, 합창단은 종로에서 있었던 민주노총과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결의 대회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노래를 끝낸 합창단이 향한 곳은 고용노동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노동자 김수억의 농성장이었다. 그는 기아차의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그곳에선 오직 김수억을 위해 노래불렀다. 그것으로 하루의 모든 일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합창단에게는 또 하나의 일정이 남아 있었다. 바로 9월 7일의 작은 공연에 대비한 연습이었다.
연습은 5시부터 전태일기념관의 2층에 있는 울림터에서 이루어졌다. 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다. 9월 7일의 공연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먼훗날>을 시작으로 그날 부를 노래들에 대한 연습이 진행되었다. 마지막엔 무대에 직접 서서 조명을 받으며 몇 곡의 노래를 부르까지 했다.
연습은 지켜보는 사람에겐 노래를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지휘자에게 쓴소리를 듣는 시간이기도 하다. 귀가 예민한 지휘자는 소프라노의 음이 2.5도 낮다는 등 나같은 사람은 저런 걸 어떻게 아는 지 알 수가 없는 지적을 했다. 베이스가 칭찬을 많이 받았고, 소프라노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내 귀는 혼자 독차지하는 연습 시간의 노래로 아름답게 채워지곤 했고 자주 브라보가 입을 튀어 나가려 했다. 감동을 참지 못해 한 번은 박수까지 치고 말았다. 지휘자는 무슨 국어책을 읽듯이 노래를 한다고 했지만 내가 듣기에는 분명 음악책을 읽듯이 노래하고 있었다. 너무 귀가 예민하고 잘알게 되면 음악을 즐길 수 없게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습은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연습이 다 끝났을 때 나는 말해주었다. “합창단 여러분, 지휘자 선생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지만 저는 아주 감동스럽게 들었습니다. 공연날 객석에는 지휘자 선생님 같은 분들이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저같은 사람들이 앉아 있을 거예요.” 합창단이 와하하 웃었다.
연습의 뒤끝엔 근처의 맥주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안주로 시킨 꽃게탕의 꽃게 다리에 그물이 말려 있었다. 알바생을 불러 주인에게 보여주라고 했다. 과일 안주 두 접시가 나왔다. 누군가 다음부터는 항상 그물을 준비하자고 했다. 그 말에 웃었고, 왁자지껄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연습 뒤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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