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18년 9월 3일 월요일, 마석모란공원에서 이소선 어머니 7주기 행사에 참가했다. 행사는 오전 11시에 있었다. 이소선 어머니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소선 합창단의 모태가 된 분이다. 어머니의 합창단이 어머니를 찾은 것이다.
날은 흐려 있었으나 여름이 무성하게 키워놓은 초록은 여전히 그 색을 선명하고 풍성하게 빛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7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의 세상은 매년 푸르다. 그것은 올해도 예외가 없었다. 동시에 그 여름의 한 켠으로 가을이 오고 있었다. 벌어진 밤송이에서 떨어지는 밤들이 그 가을을 외치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름의 푸른 생명과 잘 익은 밤, 한두 잎 색을 바꾸고 있는 가을의 징후로 사람들을 맞아주었다.
이소선 합창단은 <손내밀어>와 <이름>의 두 곡을 어머니께 드렸다. <손내밀어>에는 손내밀어 함께 손잡고 하나 되어 투쟁하라는 어머니의 바람이 실려 있었고, <이름>은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임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간간히 한두 방울을 날리며 기미를 보이던 비의 징조는 이소선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빗줄기의 굵기를 부풀리더니 우산을 쓰지 않고서는 그냥 서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소선 합창단은 우산을 쓰고 노래를 불렀다. 빗줄기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우산을 두드렸다. 빗속에선 우산을 들고 걷기만 해도 좋을 날들이 있다. 어머니의 무덤 위에도 똑같이 비가 내렸다. 어머니의 비였다. 어머니의 비는 합창단이 쓴 우산을 두드리며 노래의 장단이 되었다. 노래가 끝나자 비도 그쳤다. 어머니는 비로 와서 노래와 함께하셨다. 비를 맞으면 세상의 색은 더욱 진해진다. 비를 맞은 어머니의 세상이 더욱 푸르러져 있었다. 비와 노래가 함께 있어 더욱 좋은 세상이었다. 어머니가 꿈꾸고 세상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었다.
(** 다음 링크를 누르면 이소선합창단이 부른 <이름>을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름 – 이소선합창단 이소선 어머니 7주기 추도식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