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카메라 셔터를 좀 오래 열어놓고 있으면
자동차는 지워지고
자동차가 끌고간 불빛의 흔적이 길을 하얗게 메운다.
꽁무니 쪽으로 서면 그 불빛의 흔적은 빨강색으로 바뀐다.
그 흔적은 모두 매끄럽고 유려한 선으로 흐른다.
그런데 천호대교 위에서 강변북로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에선
그 선들이 부르르 떨고 있다.
사실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지나는 차들이 다리를 흔들어
내가 딛고선 바닥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부르르 떤 것은 나였지만
사진에선 자동차들이 부르르 떨면서 달린다.
하지만 사실보다는 잠시간의 그런 착각이 더 재미나다.
내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혹시 차들이 부르르 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자꾸만 피시시 웃음이 나오곤 했다.
카메라가 가끔 그렇다.
대낮에 찍어도 한밤 못지 않은 어둠 속으로 세상을 몰아넣고
어둔 밤에 찍어도 대낮못지 않게 환하게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또 나이 50을 30으로 끌어내리기도 하고,
30을 50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카메라도 가끔 세상의 전복을 꿈꾸며,
또 세상을 놀려먹고 싶어한다.
10 thoughts on “차들 부르르 떨다”
저런 사진 찍고 싶은데… (잉~ 포기 해야지 ㅠ.ㅠ)
동선들 멋지네요.
삼각대 필수.
5초 이상 셔터를 열어야 하거든요.
깜깜한 밤에 삼각대 없이 5초 동안 카메라를 흔들어도 재미난 사진이 나오긴 해요.
꼬랑지처럼 길게 늘여놓고들 달리는군요.ㅋㅋ
빛아~얼른 얼른 따라가라.^^
그러고 보니 꼬리같기도 하네요.
차들은 밤에 모두 환한 빛의 꼬리를 흘리고 다닌다.
그것도 재미난데요.
맞아요. 카메라는 가끔 거짓말해요.
칠뜩이를 공주로 바꿔놓기도하죠.ㅋ
참고로 제 카메라는 절대로 거짓말 안 해요. ㅋ
평등공주님을 공주님으로 찍은 진실의 카메라!
우리 모두 자학 모드 없기!
떨리는 손으로 흰 펜을 쥐고 죽 그은 것 같아요. ㅎ
바빴어요~ 마감 때 글쓴이마냥.
블로그 1주년 자축 글 적는다고요~ 보러오세요.
사은품도 있습니다. : )
당장 보러갈께요.
나 참, 도루피님 땜에 웃어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