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를 등에 업고도 눈을 맞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9월 11일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아기 엄마는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다.
아이를 등에 업으면 눈을 맞출 수가 없다.
눈을 맞추려면 아이를 가슴에 안고 다녀야 한다.
가슴에 안으면 눈은 맞출 수 있지만 두 손이 자유롭질 못하다.
하지만 엄마는 참으로 위대해서
아이를 등에 업고도 눈을 맞출 수가 있다.
지하철이 역을 떠나면 곧바로 창뒤쪽으로 어둠이 까맣게 서리고
그럼 지하철의 모든 창은 거울이 되었다.
엄마는 순식간에 그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유리 거울을 똑똑 두드린다.
아기는 엄마의 손가락을 따라 거울 속의 엄마와 눈을 맞춘다.
엄마는 참 위대하다.
아이를 등에 업고서도 눈을 맞출 수 있는 건
세상에 엄마밖에 없다.

8 thoughts on “엄마는 아이를 등에 업고도 눈을 맞춘다

  1. 어디에도 시선 두지 않는 나머지 다른 분들도 눈에 들어오네요.
    아가랑 소통할 땐 눈을 맞춰서 더 좋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 맑은 눈 속으로 빠져들죠, 이쁜 아기들.

    1. 아이를 등에 업고도 눈을 맞추려는 엄마의 사랑이 지하철 창에서 거울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저렇게 그 잠깐의 사이에 지하철의 창을 거울삼아 아이랑 노는 엄마도 흔하진 않아요.
      그래서 저절로 카메라가 그리로 향했죠.

  2. 어디 가시던 중이신가요?
    동워니님 카메라는 지하철 안에서도 작동을 멈추지 않는군요.

    혹시, 기회 되시믄… 횡단보도나,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들을 찍은 사진 한 장 부탁 드려요. ^^

    1. 요즘은 거의 항상 카메라를 휴대해요.
      불현듯 스치는 좋은 장면들이 거리에 참 많거든요.
      이때는 용산에 뭘 사러 가던 중이었어요.
      잘 지내시죠.

  3. 아이들이 말을 할 때는 꼭 눈을 맞춰야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을 하더군요.
    다른곳에 시선을 두고 대답을 한들 소용이 없어요.
    어김없이 두손으로 엄마 얼굴을 감싸서 눈을 맞추고 대답을 듣더라구요.
    저희집은 거의 코를 맞대고 대화하는 수준이예요..^^

    1. 하긴 눈은 말을 안해도 웃음만으로도 많은 걸 건네주곤 하죠.
      더구나 가까이 눈을 맞대는 것은 연인이 아니면 거의 부모와 자식간에나 가능한 일 같아요. 다른 관계에선 그렇게 하면 오히려 어색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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