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끝말잇기 놀이

Photo by Kim Dong Won


지하철의 옆자리,
젊은 엄마와 어린 딸이 앉았다.
둘이 몇 마디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끝말잇기 놀이를 시작한다.
아이가 먼저였다.
“소화기.”
엄마가 머뭇거린다.
그러자 아이가 목소리를 낮추더니
엄마의 귀에만 들리게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엄마, 기차, 기차.”
아이는 그렇게 작은 소리로 속삭여
머뭇거리던 엄마의 길을 열어준다.
아이는 소리를 낮추었지만
옆으로 샌 약간의 소리가 있어
난 운좋게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젊은 엄마는 아이가 열어준 길로 발을 내딛는다.
“기차.”
“차선.”
그렇게 끝말잇기 놀이는 계속되었다.
놀이가 막힌다 싶으면 그 어린 딸은
귓속말로 속삭여 엄마의 막힌 길을 열어주었다.
아이에게 끝말잇기 놀이는
이겨서 즐겨운 놀이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게 즐거운 놀이였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12 thoughts on “엄마와 딸의 끝말잇기 놀이

    1. 축하드립니다.
      아이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줘요.
      심지어 아, 한마디만 해도 아빠했다고 집안이 난리가 난다니까요. 그냥 아이를 사랑하면서 아이가 가져다주는 행복만 즐기다보면 아이는 저절로 잘 자라요. 요즘 사람들은 아이를 돈으로 키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아이는 역시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더라구요.

  1. 우선, forest님 귀 보고 푸훗 웃음이 나고,
    모녀간의 이야기 읽고 미소가 번지네요.
    언니랑 어렸을 때 잠 안 오면
    끝말 잇기 놀이하고 놀곤 그랬는데~
    놀이문화가 생각해보면 새록새록합니다.

  2. 엄마가 알려주는게 아니라 딸이 알려주네요?^^
    엄만 일부러 모른척 하는건가?
    강원도로 휴가갈때 우리 막내 동원이가 한자놀이 하자고 하더군요.
    그냥 무조건 아는 한자 하나씩 대는거.ㅋㅋ
    어린아이가 한자를 종알대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1.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주 어린 딸이었는데 엄마에게 다음 말을 작은 소리로 속삭여서 가르쳐주는데 그게 너무 귀여웠어요.
      젊은 엄마는 모른 척 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몇 개는 스스로 대기도 했구요.
      바로 내 옆에 앉아있었는데 덕분에 가는 동안 웃고 갈 수 있었죠.

  3. 딸 이야기만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네요.^^

    백세가 다 되신 시할머니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잠깐 어머님댁에 머무르신 적이 있었지요.
    그때 제 큰딸이 어머님께 드리는 말이,
    할머니는 아프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그말 듣고 어머님은 좋으셔서 왜냐고 물으니..
    할머니가 노할머니만큼 할머니되고
    울엄마가 할머니만큼 할머니 됐을때
    할머니가 아프면 울엄마 고생하잖아….라고 했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님께서 ‘너는 참 좋겠다’ 하시더라구요.^^;;

    1. 딸들은 그저 엄마한테 사랑받을 짓만 한다니까요.
      우리 딸은 언젠가 할머니 머리를 끄집어 당긴 적이 있어요.
      왜냐하면 할머니가 자기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만 하면 엄마가 회사로 출근을 해버렸거든요.
      그날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고 어린게 그걸 어떻게 눈치를 채고…

    2. 그런건 오래도록 남아서 가슴을 아프게 하지요.

      저도 처음에는 우는 아이를 두고 나가기가 힘들어서
      몰래 나가곤 했는데 비슷한 이유로 아이가 어머님을
      미워하는 내색을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울더라도 엄마의 출근을 알리며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는게 일방적으로 남겨졌다는 느낌이 덜 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지금은 일곱살, 다섯살 딸내미들이 나란히 엘리베이터 앞에서
      두손 모아 배꼽인사와 뽀뽀를 나누고 출근한답니다.

    3. 저희도 나중에는 그렇게 했어요.
      그래도 종종 어머님이 아이를 데리고 충무로 사무실로 나오곤 했었죠.
      그때는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을 정도로 포옹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4. 사랑스러운 딸이네요.
    복둥이와 저는 게임할 때 지는 사람이 맛있는거 사주기한답니다.
    저는 대그빡 굴리다 너무도 순수한 복둥이에게 두손두발 다 든답니다.

    작년엔가 제가 참외가 너무 먹고싶었어요.
    복둥이는 수박먹고싶다더군요.
    저는 이기적이라 먹고싶은 것도 제맘대로 산답니다.
    복둥이랑 내기를 했는데 제가 졌어요.
    그래서 아쉬운맘 뒤로하고 복둥이 수박사줬답니다.
    잠시후 설거지하고있었는데 복둥이가 “엄마” 부르며
    감추고있던 참외를 건네더군요.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답니다.

    참외먹고싶은 엄마를 위해 제 용돈으로 사온 복둥이.
    노란 비닐 안에 담긴 노란 참외를 본 순간 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사랑스러운 복둥이 딸이있어 언제나 행복가득합니다.

    동원님, forest님도 참 행복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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