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봉선사 앞 텃밭,
아저씨 한분이 감자를 캐고 있습니다.
아이 둘이 그 일을 돕습니다.
좀 숨은 막히지만
그래도 한해내내 잡초가 들어오는 걸 막아주었던 검은 비닐을 벗겨내고,
위쪽의 감자 줄기를 손으로 대충 치워주는 게 아이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 비닐은 해충들의 침입도 막아준다고 하더군요.
그럼 아저씨가 그 뒤를 따라가며 호미로 땅을 파 감자를 캐냅니다.
이제 드디어 세상으로 나온 감자들은
동글동글한 몸을 흙위에 눕히고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감자 심는 것을 본 적 있습니다.
감자는 감자를 심습니다.
그러니까 달리 씨앗이 있는게 아니고
우리가 먹는 그 감자를 씨눈이 다치지 않게 네 등분 정도로 잘라서
그것을 땅에 뿌리고 흙으로 덮어줍니다.
그러니까 처음 땅에 심은 감자는 한쪽이 잘라진 모난 감자였던 셈입니다.
그 감자가 싹을 틔우고,
그럼 땅 위로는 초록빛 감자잎과 노란 감자꽃이 밭을 가득 메우고,
땅 아래선 감자의 꿈이 동글동글하게 영글어갑니다.
난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감자를 아주 좋아합니다.
생각해보니 아마도 모나게 심었는데도
동글동글하게 영근 그 감자의 꿈이 좋은가 봅니다.
그것도 어두운 땅속에서 가꾼 꿈이라 더욱 정이 갑니다.
감자는 마치 내게
밝고 따뜻한 땅위 세상에서만 꿈이 영그는게 아니라
어둡고 습진 땅 속에서도 꿈은 영근다고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감자를 통째로 쪄서 손가락 끝에서 호호불며 몇개 먹고 나면
온몸이 동글동글한 감자의 꿈으로 가득차는 느낌일 것만 같습니다.
그럼 나도 좀 모난 성격을 버리고 둥글둥글해 질까요?
6 thoughts on “감자의 꿈”
저는 봄에 쭈글망탱이 된 감자를 계단 옆 스티로폼 박스에 던져놨어요.
그런데 그 쭈글망탱이에 싹이났더군요.
꽃도 피었었는데 며칠 전 캐봤더니 감자가 3개가 열렸더군요.
엄지손톱만한 감자 한 개하구요.
넘 넘 신기하더라구요.
저는 버렸는데 그들은 기쁨을 안겨주더군요.
자연의 깊은 사랑에 감동받았답니다.^^
그런 경우가 있어요.
저흰 올해 토마토를 갈아서 쥬스해먹고 찌꺼기를 화단에 버렸는데 거기서 싹이나서 그걸 화분에 옮겨심은 뒤 토마토 두 개 따먹었어요.
감자 맛있었수?^^
맛있었지.
사랑으로 조미를 했더군.
예전에 불량감자란 단어가 참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감자 심은데 감자 나네요. ㅎ
생각해보니 옥수수, 팥, 콩, 오이 등도 달리 씨앗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우리가 먹는 걸 그대로 심는 군요. 근데 씨앗을 잘라서 심는 건 감자밖에는 없는 거 같아요. 자를 때 씨눈(보조개처럼 들어가 았어요) 있는데를 잘라서 한소리 들은 적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