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선 벽을 만나면 벽을 밀고 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27일 서울 지하철에서


지하철의 맨 앞쪽 칸,
앞이 막혀 있습니다.
벽입니다.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문도 모두 닫혀있고,
창문은 시커먼 어둠으로 밀봉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태평입니다.
물론 저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지하철의 맨 앞쪽 칸이 벽으로 막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 벽이 앞으로 밀려가고 있다는 것을.
서울은 그런 곳입니다.
벽이 앞을 막으면 돌아서서 다른 길을 찾기 보다
그냥 그 벽을 밀고 앞으로 가는 곳입니다.
아니, 그렇게 벽을 밀고 앞으로 가야하는 곳이 서울입니다.
지상의 길에서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막히기 시작하자
서울 사람들은 땅속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곳은 앞이 꽉막힌 곳이었지만
서울 사람들은 그 꽉막힌 벽을 밀고 길을 만들어 갔습니다.
어디 서울 사람들만 그럴까 싶습니다.
아마 지하철이 놓인 도시에선 어디나 그럴 것이 분명합니다.
도시에선 벽을 만나면 벽을 밀고 갑니다.
그게 바로 도시의 삶이며,
그래서 도시의 삶은 고단하고 피곤합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벽을 만나면 그 벽을 밀고 가며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8 thoughts on “도시에선 벽을 만나면 벽을 밀고 간다

  1. 도시에서 벽 만드는 생활이 고단하고 피곤하면,
    한가할 때마다
    벽 만들며 담 안 쌓는 자연을 찾아 다니게 돼요.
    청산에 살으리랏다-
    이 마음은 몇 백년 전부터 우리의 심금을 울려대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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