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달을 삼켜버릴까

Photo by Kim Dong Won

남산 반만큼 찼을 때


허수경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읽을 때
유난히 달에 관한 시가 많았다.
그리고 그 중에 「달이 걸어오는 밤」이란 시가 있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저 달이 걸어오는 밤이 있다
달은 아스피린 같다
꿀꺽 삼키면 속이 다 환해질 것 같다

아마 해를 앞에 두었다면
그 해를 이런 상상력으로 요리하여 먹어치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해와 달리 달은 여유롭게 올려다 볼 수 있다.
아니, 그 앞에 서면
우리는 그냥 올려다 보는 정도가 아니다.
우리들은 종종 그 달을 가슴에 안는다.
그때면 우리는 속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달이 떴을 때 세상은 어둡지만
그 달을 올려다보며 가슴에 안고 있으면
세상의 느낌은 평온하기만 하다.
허수경을 이에서 더 나아가
아예 달을 꿀꺽 삼키려고 한다.
달을 삼킨다는 게 어떤 것일까.
기회가 생겨 다음에 달을 올려다 볼 기회가 생기면
그때 나는 그냥 그 달을 꿀꺽 삼키고
어디 한번 내가 환해져 볼테다.

눈썹만큼 찼을 때

Photo by Kim Dong Won

4 thoughts on “나도 달을 삼켜버릴까

  1. 달을 삼킨다는 것. 허수경 씨는 고통마저 떠안는 것으로 잘 형상화시킨 듯 해요.
    말이 쉽지 고통까지 삶의 한 방편으로 수락하기란 참 쉽지 않죠.
    문학이 그나마 삶을 끌어올려준다는 생각입니다. 늘 쉽게만 가고 싶어하는 저를 떠밀고 깨치면서.

    1. 실제로 현실에 고통이 산재해 있어서 그 고통의 처리를 놓고 문학이 길을 밝혀주지 않으면 삶은 무척 힘들어질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긴 해요. 궁극적으로 고통없는 세상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세상이란 어차피 불가능할테니… 고통을 넘어서는 삶을 끝임없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게 우리 인간인 듯 싶어요. 허수경은 그런 우리의 삶과 그 삶이 넘어가야 할 길을 잘 보여주는 듯.

  2. 달을 삼킨다는 표현을 보니까 떠오르는게 있어요.^^
    옛 여인들이 아기를 갖기위해(그것도 아들) 보름달이 떴을때
    목욕재계하고 간절히 빌면서 달의 정기를 가슴가득 받아들이는 장면요.^^

    1. 아마 시인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데는
      우리나라 사람들 누구나가 전해듣게 되는 그런 얘기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들 바라는 것만 빼면 상당히 시적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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