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려낸 젊은 죽음 – 박종철 센터 개관 기념 음악극 <그날이 오면>

Photo by Kim Dongwon
2023년 11월 30일 서울 관악구 박종철 센터

부당한 죽음이 있었다. 국가 권력이 스물 한 살의 청년을 끌고가 물고문 끝에 죽였다.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무도한 군사정권 때의 일이다. 비극이 일어난 것은 1987년 1월이었다. 청년의 이름은 박종철이었다.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죽음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것 또한 안다. 그리하여 추모의 형식으로 박종철에 대한 기억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23년 11월 30일 관악구의 박종철 센터에 마련된 개관 기념 음악극 <그날이 오면> 또한 그를 기억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배우 김현아가 사회를 맡아 극의 진행을 이어갔다. 김현아는 종철이 남긴 여러 일화를 들려주었다. 사이사이 종철역을 맡은 배우 마광현이 종철이 남긴 편지를 낭독했다. 노래 또한 함께 했다. 이소선합창단의 소프라노 최선이와 기타리스트 이응구가 노래를 불렀다. 첫노래는 최선이가 부른 <동지를 위하여> 였다. 노래는 종철을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동지”로 불러 우리의 곁으로 데려왔다. 김현아가 종철이 즐겨 불렀다는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를 회고할 때면 이응구가 종철 대신 그 노래를 불렀고, 종철의 공활 활동을 얘기하고 났을 때는 최선이가 <공장의 불빛>을 불렀다. 종철의 노래가, 또 종철의 과거가 오늘의 노래로 사람들 앞에 울려 퍼졌다.
극이 비극의 순간을 향하여 갈 때쯤에는 최선이가 부른 <그날이 오면>과 <잘가오 그대>가 그 시간을 함께 했다. 꿈꾸던 청년의 그날을 노래로 보내야는 슬픈 순간이기도 했다.
일화에 대한 회고와 종철의 편지 낭독, 그리고 노래가 종철의 살았을 적 시간을 안고 흐르는 동안 종철이 힘든 삶의 시기를 지나갈 때면 사람들에게 메모지를 나누어주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적어내는 시간이 있었다. 종철의 기억이 사람들의 기억과 겹쳐졌다. 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것이 담긴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거나 핸드폰 속의 사진을 골라 모아보는 시간도 있었다. 김지하의 진행으로 사람들이 모두 기념관에 마련된 종철의 동상 옆으로 나가서 그의 목에 따뜻한 목도리를 둘러주는 퍼포먼스 시간도 있었다.
마지막 노래는 최선이가 부른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였다. 노래 속에서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이 ‘푸르’게 덮여갈 때 공연장의 화면에는 사람들이 모아준 가장 소중한 것들의 사진이 종철의 사진과 교차되고 있었다. 종철은 많은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것들 사이에 함께 있었다. 영상의 마지막은 조금 전에 사람들이 둘러준 목도리를 하고 있는 종철이었다.
단순한 기억의 시간이 아니었다. 무도한 군사정권은 종철을 죽여 그의 목숨을 앗아갔으나 몇 명의 예술가들과 극을 관람한 시민들은 그를 살아있는 생명으로 불러내 오늘의 우리 곁에 두었다. 쓰러진 죽음은 다시 일어설 수 없으나 때로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들 속에 나란히 함께 하며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으로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자와 스탭, 그리고 관람객이 모두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박종철역을 맡았던 배우 마광현도 그 가운데 앉아 있었다. 잠시 그가 오늘 우리의 박종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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