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줄타기의 명수다.
원래는 전화도 줄타기의 명수였다.
하지만 전화는 이제 줄을 버리고
허공으로 날아다니는 삶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이제 전화선은 버리고,
전화기만 들고 다닌다.
훨씬 자유로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질 못하다.
전화는 줄을 버린 뒤로
빌딩벽을 들이받고 뻗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으며
깊은 산속 같은 곳엔 겁에 질려 잘 들어가지도 못한다.
날아다닌다고 어디나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아다니는 게 힘이 드는지
요즘의 무선 전화는 종종 목소리가 턱에 차곤 한다.
처음에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할 땐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에 전혀 줄이 없었다.
그때는 “야, 그것좀 줘봐”하면 디스켓에 담아서 손으로 내미는
이른바 핸드-투-핸드 네트웍의 시대였다.
그러다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에도 선이 들어섰고,
컴퓨터의 데이터는 그 선을 타고 돌아다녔다.
지금은 데이터들도 그 선을 버리고 있다.
컴퓨터의 데이터들도 선없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전기는 여전히 선을 고수하고 있다.
전화와 컴퓨터가 모두 줄을 버리고 있지만
전기는 여전히 줄타기의 명수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그 얇은 줄을 타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씽씽 달리면서.
6 thoughts on “전기”
영화속에서 봤던 전선속을 타고 달리는 전류가 한도시를 순식간에 뻗어나가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전기란 건 늘 신기하기만 해요.^^
어느 책에선가 그렇게 되어 있더군요. 전기가 발명되면서 사실 인간의 삶이란게 더 고달퍼 졌다구요.
예전에는 일단 해가 지면 모든 일에서 손을 놓아야 했는데 이제는 밤새도록 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거죠. 그렇지만 아무도 옛날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없다는 거였죠.
사람들은 고달픈 삶이라고 해도 밤도 낮처럼 살 수 있는 자유가 더 좋은가 봐요.
왜 전기는 줄을 타고 다니나…하고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인가 봅니다.
가다가 벽을 들이받고 뻗으면 안 되니까요.
아님 휴대용 전기충격기처럼 가끔 나타나서 놀라게 하면 곤란하기도 하고요.
아마 시도 때도 없이 짜릿짜릿하게 될지도…
줄타기의 명수 덕분에 요렇게 자주 만나잖아요? : )
하늘이 높고 파래서 가을하늘인줄 알았어요.
주말엔 황금 물결 넘실대는 풍경보러 길을 나서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전기가 줄을 잘타니 우리가 행복합니다.
저도 오늘은 잠시 외출합니다.
아무래도 술좀 마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