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송선자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며 주부이다.
아마 누군가의 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단 한 사람, 홍순일에게 있어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 사랑이다.
송선자는 홍순일이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이다.
혹자는 누가 끝을 알 수 있다고
시작과 끝을 모두 사랑으로 장담할 수 있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작의 자리에서 끝도 이미 한 여자에게 장담할 수 있는게 사랑이다.
그러니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송선자는 홍순일이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며칠전 함께 술을 먹다가 송선자의 사진을 찍은 것은
문득 그녀에게서 어느 아이의 엄마나 어느 동네에 사는 주부가 아니라
홍순일이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가끔 우리는 그렇게 어느 남자가 여자한테 들고 온 장미에서 꽃이 아니라 사랑을 보고,
또 어느 남자가 출장길에 챙겨들고온 그릇에서도 그릇이 아니라 사랑을 본다.
그러니 한 여자에게서 한 남자의 사랑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때 장미와 그릇엔 향기와 음식대신 사랑이 그득하며,
또 그때 한 여자는 존재가 모두 사랑으로 충만해진다.
사랑의 존재는 아름답고 소중하다.
나처럼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그런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가 눈앞에 있으면 찍어두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그 날 송선자,
아니, 홍순일이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을 찍었다.
아이의 엄마나 한 집안의 주부도 모두 소중한 존재이지만
살다보면 우리는 한 여자가 누군가가 꿈꾼 사랑의 존재임을 잊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며
송선자가, 혹은 채연숙이
홍순일이, 혹은 이승재가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이란 사실을 보게 된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그 순간이 눈앞에 있을 때
그 사랑을 지나치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날 나는 이 사진을 찍게 되었다.
바로 홍순일이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을.
*덧붙이는 말
사실 송선자와 홍순일이 아이를 낳고 함께 살고 있는 부부이기 때문에
그 둘의 사이를 사랑의 사이로 읽어내는 것은 쉬운 일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질 않다.
여자는 종종 엄마나 주부와 같은 집안에서의 어떤 위치로 읽힐 뿐
사랑의 존재로 읽히질 않는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또 사랑해서 함께 살고 있는데
오래 살다보면 그렇게 엄마와 주부만 남고
사랑은 희미하게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부에게서 오히려 사랑을 읽어내기가 더 어렵다.
그런데도 내가 송선자를 홍순일의 사랑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부분에서 미국 뉴욕의 사진작가 박노아님에게 빚지고 있다.
나는 그와 안면은 없으나 인터넷을 통하여 그의 사진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사람들에게 한 웨이터의 사진을 내밀었으나
그가 보여준 사진 속의 웨이터는 웨이터가 아니라 “에바의 첫사랑”이었다.
그래서 그 사진 속의 남자는
하겐다즈에서 일하는 웨이터란 직업의 남자가 아니라
한 여자의 첫사랑으로 그득차 있었다.
나는 그날 사진이 웨이터를 찍는 일이 아니라
웨이터를 사랑으로 그득 채우는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송선자를 홍순일이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으로 그득채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박노아님의 그 사진 덕택이었다.
그의 좋은 사진에 감사드린다.
박노아님의 블로그 주소는 http://micegrey.tistory.com 이다.
12 thoughts on “그녀는 홍순일이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이다”
생얼에 실명이거론되니 많이 어색하네요^^
항상 예쁘게 그리고 좋게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포레스트님 어색하기에는 함께지내온 시간이 짧지않은것같아요.
바쁘시더라도 종종 여유로운시간 내어 뵙도록하시지요^^
여하튼 감사합니다.
고맙기는 내가 고맙죠. 같이 어울려 주고 하니…
원래 얘기하기로는 진표 엄마가 더 먼저였는데… 오다가 그만 길거리에서 forest님 사진을 한장 찍고 필받는 바람에…
두 분 모두 조심스러운 사람들이라 조금 어색하지요..^^
그날 산새님이 바로 코 앞이라 어찌나 가까운지…
그래도 어색하지 않을 걸 보고 느낀 생각이예요.
하긴 산새님은 우리집 방에 이불 뒹구는 것, 우리 싸우는 것 다 본 상황이라 뭐 내외할만한 사이도 아니지만요…ㅎㅎㅎ
촌닭같은 평등공주와 살고있는 제 남편도 카메라에 담아주세요.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멋진 작품 나올 거예요.ㅎㅎ
모델이 바라보는 곳이궁금하네요. 혹시 그녀의 영원한동지?
동지라고 하니 무슨 비밀 결사대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날은 비밀 결사 모임은 아니었고, 그냥 웃고 떠들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냥 우리들 다 봐주더덴요, 골고루.ㅋㅋ
현재를 보고 과거를 이어가는 사진의 마력,
저도 얼마전에 노아님네 다녀왔어요. 정말 향기가 나더군요~
사진도 한참 보다가 왔답니다.
서로 좋은 영향 받는 거, 참 멋진 일이에요^_^
사진은 무료한 듯 변화가 없어 보이는 일상의 풍경들이 실제로는 다양한 표정으로 숨쉬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게 해주죠. 매력적인 분야 같아요. 장비값이 좀 비싸서 그게 흠이긴 하지만요.
오우~ 분위기 좋은 걸~
그날 식사후에 갔던 아키노 유키 말이야.
그곳은 테이블이 작아서 서로 얼굴을 바짝 대고 앉아야 했는데
나는 그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젠 얼굴을 서로 바짝 대고 앉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구나 하고.
사랑이란 바짝 다가가 앉아도 어느 한쪽이 뒤로 물러서지 않는 사이인 것 같어.
내 코 앞에서 그날 만났던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어.^^
사진이란 참 쉽고도 어려운 것 같아.
그날은 참 좋았어. 이 사진을 찍으며 누군가가 꿈꾼 사랑의 처음이자 끝인 여자도 보고, 손가락 사진기도 새롭게 보고. 처음본 얼굴이 아닌데도 사랑을 보는 건 쉽지가 않아. 꼭 feel 받는 날이 있더라.
내 사랑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칭찬해 주셨지요.
좋은 카메라 eye를 가졌다고…
그렇지만 게으른 저에 손에 카메라가 쥐어져있을 때가 적네요.
저의 게으름을 ‘눈으로 찍어 마음속에 현상한다’고 미화합니다.
부지런한 이스트맨님 늘 좋은 사진 하시는 열정 놓지 마시길 바랍니다.
수아님, 다시 열정에 불을 붙여 전시회 마련하셔야죠.
다음 전시회에 초대해 주시면 대전 여행 한번 하겠습니다.
살짝~ 기운나려 하네요! 이스트맨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