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란게 그 이름을 한번 보았다고 계속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가령 서양등골나물이란 꽃을 어느 날 길동의 생태공원에서 보고
팻말에 적힌 그 이름대로 블로그에 올리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남한산을 오르다 그 꽃을 본 그녀가 내게 꽃이름을 물었을 때
난 그 꽃의 이름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젠 그 꽃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남한산을 오르다 그 이름을 내게 물어본 꽃이란 한가지 추억이 꽃의 이름에 서리고,
또 그 꽃의 이름을 우연히 내 블로그에서 내가 발견한 추억이 다시 서렸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꽃의 이름을 이름만으로 기억하는 데는 무리가 많고,
꽃의 추억과 함께 그 이름을 기억하는게 분명합니다.
추억이 없으면 꽃의 이름도 우리의 기억에서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가령 코스모스는 그 이름에 어렸을 적 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매년 그 꽃을 길가에 심어야 했던 추억이 함께 실려있습니다.
매년 그 꽃에 추억이 실렸으니 그 꽃의 이름을 잊을리가 없습니다.
사실 그때 길가에 꽃을 심는 그 일은 우리들에게 지겨운 일이었습니다.
또 코스모스는 꽃을 따서 다리 위에서 물 위로 날렸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럼 코스모스는 빙글빙글 돌면서 물위로 떨어져 내려갔죠.
그리고는 물 위로 둥둥떠서 물을 흐르는 꽃밭삼아 떠내려 가곤 했습니다.
올해는 새로 그 이름을 알게 되면서
몇가지 추억이 서린 꽃을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까마중입니다.
처음엔 그냥 우리 집을 찾아준 뜻밖의 손님으로 이름도 모른채 그 추억이 시작되었는데
블로그에 올리는 순간, ohngsle님이 그 이름을 알려준 꽃으로 추억을 보탰습니다.
가을소리님도 어렸을 때 까마중의 열매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름이란 어떻게 보면 추억을 담아두는 그릇입니다.
추억이 담기지 않은 이름은 속이 텅빈 상자와 같아 잘 챙겨두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잊어먹곤 합니다.
올해 까마중이란 이름의 꽃엔 추억이 몇가지 담겼습니다.
잊어먹지 않고 잘 챙겨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알고 보면
이름이라 불리는 상자를 열어
그 속에 담아둔 추억을 들여다 보는 일입니다.
8 thoughts on “까마중”
첫번째 사진에서 흰 별 같은 꽃 뒤로
까만 동그라미들이 콩콩콩 귀여이 자리잡았네요, 이쁩니다.
한창 가을꽃이 피었어요. 가을 들어 나들이를 주춤했더니 벌써 아쉽네요~ ㅎ
추억과 함께 하는 이름기억상자를 열면
맑은 오르골 멜로디가 함께 들려오는 상상을 해봅니다^ ^
그거 몇개 따먹어 봤어요.
나도 음악도 좀 올려놓고 하면 좋은데… 일단 이 블로그에선 내 사진과 글 이외에는 올려놓지 않으려구요. 요즘은 컴퓨터로 음악도 만들 수 있으니까 그 실력이 되면 나중에 음악도 곁들일께요.
제가 어렸을때 까마중이랑 비슷하게 잘 따먹던 열매가 있었어요.
우리는 흔히 봉지떼왈이라고 불렀죠.
떼왈이라는 말은 전라도 사투리로 딸기를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말하자면 봉지 안에 든 딸기.. 봉지딸기, 그정도가 되겠지요.
고구마밭에서 자주 발견되곤 했는데 하나를 발견하면 익을때까지 기다리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어요.
이게 너무 일찍 따먹으면 맛이 하나도 없고
제대로 익어야 달짝지근한 맛이 나거든요.
혹시 언니가 먼저 따먹을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하구요.^^
나중에 알게 된 제대로된 이름은 꽈리라는 거였는데
영 꽈리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를 않더라구요.
봉지떼왈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무슨 신기한 것일까 했는데 그게 꽈리였다니. 저는 꽈리는 처음부터 꽈리였어요. 그건 저도 어릴 때 많이 봤었죠. 따먹어본 경험도 있구요. 그런데 꽈리로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소리내는 건 쉽지가 않았어요.
널리 알려진 이름과 달리 어렸을 적에 들었던 이름이 아무래도 정감이 가죠. 전 부침개는 입에 잘 붙질 않고 “적”이란 강원도 사투리가 입에 익어요.
저는 어렸을 때 정말 많이 보고 먹어보기도 했던 열매였는데 여기를 통해서 이름을 처음 알았어요.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저는 특히 꽃이름을 잘 못 외우는데 ‘애기똥풀’를 언젠가 남편이 하나 꺽어서 그 안에서 나오는 노란 진액을 보여주면서 ‘애기 똥 같지? 그래서 이름이 애기똥풀이야’ 했거든요. 그런 기억과 함께 머릿속에 들어온 이름은 굳이 외워야겠다는 생각을 안해도 외워져요.
이제 ‘까마중’이라는 이름도 이제 의미있는 이름이 되었어요.^^
forest님도 이름만 몰랐지 많이 봤다고 하네요. 저만 처음 본 것같아요.
저 꽃 보는순간 ‘와’ 했습니다.
정말 이뻐요.
별도 닮았네요.
내 마음에도 별이 생겼으면…
참, 내 마음엔 보석이 들어있었지?ㅋ
윗사진에선 하얀 별이고, 아랫 사진에선 머리를 올백으로 뒤로 넘겨 또다른 멋을 부리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