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용한은 그의 시집 제목을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으로 삼았다. 고양이의 삶을 요약한 말이었다. 우리 집에도 고양이가 있다. 우리 집 고양이가 시인의 고양이였다면 시집의 제목은 아마도 낮이나 밤이나 그저 항상 잠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햇볕이 좋은 오후의 베란다 캣타워에서 고양이를 봤다. 늘어진 자세로 잠을 즐기고 있었다. 오후 1시반쯤의 시간이었다.
캣타워에서 즐기던 고양이의 잠은 내 방으로 옮겨졌다. 다행이 담요의 한귀퉁이에 몸을 눕혔다. 내가 누울 자리는 충분했다. 전기 장판이 밑에 깔려 있어 등을 덮어주던 햇볕의 따뜻한 온기가 이 방의 바닥으로 자리를 옮긴 건가 하는 느낌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오후 3시반 정도를 지나고 있었다.
일하다 보니 자리를 옮겨서 자고 있었다. 길게 펴놓은 담요의 한가운데를 수직으로 가로 지르며 누워 있었다. 아무리 자리를 작게 차지해도 이렇게 누우면 내가 누울 자리가 없어진다. 잠자리의 한가운데를 차지한다는 것은 잠자리를 모두 점거한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잠자리의 일부분을 차지한 것 뿐이지만 나는 내 잠자리를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저녁 7시반이었다.
몸을 뒤척거리길레 봤더니 고개를 든다. 이제 일어나서 나가려나 했는데 기대는 빗나갔다. 몸을 반대편으로 눕히더니 다시 잔다. 좌우를 섭렵하는 잠이다. 다행이 30분쯤 지나 저녁 먹으러 나갔다. 집안의 고양이라 산책은 못하지만 밤이라 그런지 잠시 거실에서 놀고 있다. 고양이는 잠으로 이루어진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