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눈밭에 빠진 날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7일 미사리 한강변에서

올겨울에도 눈이 오면
또 세상이 하얗게 덮이겠죠.
모두가 눈온 날을 좋아하지만
아마 그 날은 강아지풀에게도 특별한 날이 될 거예요.
세상이 모두 하얗게 덮여 잠시 눈속에서 숨을 죽일 때
발목이 긴 강아지풀은 허리에 힘만 바짝 주고 버티면
눈밭 위로 길게 몸을 뺄 수 있어요.
그럼 그 날은 그냥 눈온 날이 아니라
“강아지풀 눈밭에 빠진 날”이 되어버리죠.
어디서 들어본 말 같다구요.
맞아요. 그 비슷한 영화 제목이 있었죠.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라고.
그 영화 덕택에 뭐가 뭐에 빠진 날을 무수히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어요.
난 가끔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가
바로 그렇게 제목을 끝없이 변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곤 해요.
어쨌거나 제목을 갖는다는 건 너무 멋진 일이 아닌가요.
제목을 갖는 순간,
평범하던 삶도 갑자기 작품이 되는 것 같지 않아요?
눈이 오면 강아지풀은 제목을 가질 수 있어요.
제목을 갖는 순간,
강아지풀은 갑자기 작품이 되어 버려요.
눈이 온 날, 눈구경도 신나지만
강아지풀이 제목을 갖고 스스로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을 거예요.

6 thoughts on “강아지풀 눈밭에 빠진 날

    1. 하긴 눈이 온 날 산에 가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진 나무가지를 자주 볼 수 있어요. 눈이 좋은 것만도 아니죠. 그치만 뭐 공기도 없는 달나라를 꿈처럼 바라보며 살 수 있는게 우리들이니까요.

  1. 제 패러디 실력 능력을 보고
    옆에서 오문선양 가끔은 비-_-웃어요.
    그게 다 사랑이겠거니하고,
    머리를 돌돌돌 굴려봅니다. ^_^
    재밌거나 식상하거나,
    그 제목 바꾸는 재미에 잔뜩 신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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