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을로 들어섰을 때,
마당의 넝쿨장미가 꽃을 몇송이 피우곤 합니다.
이미 때를 지나친지 오래이지만
멀리 다음 해를 기약하지 못하고
올해 기어이 얼굴을 내밀고 맙니다.
처음엔 정신나간 꽃이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엔 한창 때를 잊지 못한 여름 추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겨울이 밀려들면
장미꽃은 붉은 색 그대로 얼어붙어
그 모습 그대로 봄까지 가곤 합니다.
올해는 눈소식이 일찍 우리를 찾아주었습니다.
아침에 나가 보았더니 장미가 꽃송이 위에
눈을 모자처럼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마디 했습니다.
“그렇게 늦게 세상에 나오더니… 춥지 않니?”
하지만 오늘보니 장미는 정신나간 꽃도 아니고
또 여름 추억도 아닙니다.
내가 겨울만 되면
눈소식이 예고된 날,
하염없이 강원도 어느 산골로 떠나듯
때늦은 장미꽃도 눈을 한번 보고야 말겠다는 염원입니다.
계절의 틀에 맞추어 살아야 하건만
가끔 장미도 그 계절의 틀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 틀을 벗어나면 눈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구경은 신나지만, 그러나 대신 삶은 무지 힘들어집니다.
장미가 추위도 잊고 눈구경에 신나고 있을까요,
아니면 지금쯤 눈구경이고 뭐고 추위에 덜덜 떨며 후회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신나고, 또 후회도 되고 그럴 것 같습니다.
나도 눈구경을 하며 즐겁기도 하고,
또 추위가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의 무게추는
장미의 신나는 눈구경 쪽으로 슬쩍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10 thoughts on “넝쿨장미의 눈구경”
우와- 정말 눈이 소복히 내렸네요!
윗쪽(서울)이랑 여기랑 다른 게 있어요.
전 처음엔 흔히 보며 참 신기했어요.
저흰 잠바모자를 쓰는 사람이 아예 없는데,
서울은 흔하게 아주 많았거든요.
그 곳이 춥긴 추운가봐요.
제가 12월에 순천에 가서 새벽에 그 바닷가에서 2시간을 버텼는데… 미시령 넘어갈 때는 미시령 고개에서 차밖으로 나갔다가 5분만에 다시 차 속으로 들어왔어요. 10분 있으면 얼어죽을 듯한 추위죠. 서울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추워요.
첫눈과 둘째 눈 사진은 며칠 뒤에 선물할께요.
아흙 ㅠ 너무 예뻐요…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저렇게 아련히 피었을까
영국에서 이 먼데를… ㅋㅋ
본다본다 하면서 얼굴을 못보네요.
다음에 귀국했을 때는 꼭 한번 모임을…
붉은 색이 진해지면서 봄까지 간답니다.
저 붉은장미가 평등이 입술을 닮았네요.하하하
내일이면 얼어 죽어있지는않을지..
입술이 장미처럼 예쁘다는 얘기죠?
얼어죽어도 내년에 또 불새처럼 새꽃을 피우잖아요…
올겨울도 작년처럼 따뜻했으면 좋겠네요.
아이맥으로 들어왔어요.
먼저 제 맥으로는 접속은 되는데 댓글을 달 수 없더니 이건 되네요.^^
그나저나 요며칠 봉숭아와 은행나무에게 말을 거시더니
드디어 장미에게도 말을 건네셨네요.
쟤네들이 모두 말대답을 한다면 엄청나게 시끄럽겠어요.ㅋㅋ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라 시끄럽지는 않던데요.^^
아이맥 구경하고 시포요.
그래도 계속 G4로 굳건하게 버텨야 해요.
짝짝짝짝짝……
움트려는 꽃잎의 몸부림을 붙들고 오늘까지 인내한 마지막 장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장미한테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마지막 장미야! 눈을 만난 장미는 세상에 많지 않단다.
게다가 눈을 뒤집어 쓰고 기념사진을 찍은 장미는 아마 니가 거의 유일할 거야.
사진 찍어주신 분께 감사 인사 드리렴. 사진과 함께 니 마음까지 찍어주셨잖니”
^–^
그냥 보기에는 하얀 털모자 같기도 하고.
오전을 넘기지 못하고 스르르 녹아버리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