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과 숨구멍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21일 명일동 사거리 미스터 도넛에서

풍선아, 풍선아, 거기서 뭐하니?
왜 천정에 기어 올라가 있니?

–숨구멍 찾고 있어.
네가 나를 잡고 있을 땐
나는 지긋하게 나를 당기는 너의 무게감을 즐기면서 살았지.
다른 것은 꿈꾸지 않았어.
그냥 나직나직 나를 당기는 너의 무게감이 좋더라.
난 너의 무게감에 붙잡혀 사는게 좋았어.
그러다 네가 나를 손에서 놓는 순간,
난 내가 네 중력을 벗어나 나를 수 있다는 걸 순식간에 깨달았어.
난 붕 날아올랐지.
그러나 나의 부력은 곧바로 그 길이 막혔어.
천정이 눈앞을 가로막더라.
그 순간 갑자기 숨이 막혔어.
놓여나도 너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땐 더욱 숨이 막혀.
바람 냄새가 마구 그리워졌어.
그래서 숨구멍을 찾았어.
여기 어디쯤에서 바람 냄새가 나.

풍선아, 풍선아,
우리는 종종 뭘 턱없는 것을 찾을 때면 맨땅에 헤딩하는데
넌 숨구멍찾아 천정에 헤딩하는 구나.
내 무게감에 길들여 놓았던 너의 그 가벼운 부력에 미안해졌어.
내 다음에 너를 손에서 놓을 땐
꼭 바람이 지천으로 널린 푸른 하늘 한가운데로 놓아줄께.
그날 아득히 하늘을 오르다
그 가벼운 부력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불현듯 내 지긋한 무게감이 그리워지면
시선을 아래로 내려 뒤나 한번 돌아봐줘.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21일 명일동 사거리 미스터 도넛에서

6 thoughts on “풍선과 숨구멍

    1. 어제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그 분이 저더러 가끔 바람도 쐬고 그래야죠, 하고 말한다는게
      가끔 바람도 피고 그래요, 하고 말을 했다는 것.
      그래서 제가 그럼요, 제가 바람피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 데요, 얘기했는데
      그 분은 여전히 그럼 바람피러 올래요, 하지 뭐예요.
      바람쐬다와 바람피다가 아무런 헷갈림없이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는 경우는 처음 봤어요.
      어디 바람피러 나가야 하는데…

    2. 요즘은 듣는 거나 말하는게 자꾸 제맘대로 예요.
      어젠가 딸아이랑 forest님이랑 셋이서 같이 앉아 뭘 먹다가 forest님이 무슨 얘기를 했는데 이상해서 그거 이상하다고 했더니 자기가 정말 그렇게 말했냐고 하더군요. 딸이 있다가 자기도 들었다고 거들었죠. 말할 때 옆에 누군가를 세워놓아야 할 것 같아요.

    3. 하하하 나이가 들면 말이 샌다고 하더군요.
      저는 나이먹기 싫어요.
      영원히 소녀처럼 살고싶은데 손이 쩍쩍 갈라진 논두렁같네요.
      손부터 할매처럼 변해가니 앞으로 어찌살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