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어느 날,
양수리의 세미원에 갔더니
잎이 가는 푸른 풀이
작은 물방울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더군요.
가운데 올려놓은 물방울은
그 중에서도 눈에 확연하게 들어올 정도로 컸습니다.
식물의 이름은 모르겠고,
아마도 허브 종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보석이 따로 없었죠.
그렇지만 푸른 풀이 빚어낸 물방울 보석은
사람들이 얻어내는 보석과는 정반대로 얻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원석을 깎아내고 다듬어 보석을 얻지만
푸른 풀이 물방울을 얻어내는 것은
물안개로부터 시작됩니다.
푸른 풀의 곁엔 인공의 물안개가 계속 맴돌고 있었습니다.
푸른 풀은 가는 잎을 손처럼 뻗어 그 물안개 속에서
손끝에 걸리는 작은 물알갱이를 하나둘 모으고 있었죠.
그리고 그것이 몸을 불려 결국은
풀잎 끝에서 물방울로 영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보석은 깎아내고 다듬어서 만들지만
푸른 풀의 보석은 작은 물알갱이를 하나둘 뭉쳐서 만듭니다.
그러다 그렇게 만든 물방울 보석이
제 무게를 못이긴다 싶으면
아래로 뚝뚝 떨어뜨려 아무 미련없이 버립니다.
사람들은 보석이라면 크고 화려할수록 더더욱 오래 갖고 싶어하는데
푸른 풀은 크고 무거우면 오히려 곧바로 버립니다.
푸른 풀은 그렇게 물방울을 보석처럼 잠시 잎끝에 걸어두었다가
미련없이 보내고 있었습니다.
물방울이 푸른 풀의 잎사귀 끝에 잠시 머무는 동안
하염없이 들여다 보았습니다.
들여다보는 동안 물방울 몇 개는
내 눈앞에서 뚝 떨어져
아래쪽을 흐르는 물에 휩쓸려 갔습니다.
10 thoughts on “푸른 풀과 물방울”
우와- 사진에 대한 릴레이 담론~
차곡차곡 읽어보았어요.
저 같은 경우도 사진은 취미일 뿐이지만,
열정을 많이 쏟아붓고 사는 것 같아요.
사진이란 건 추억의 증거이기에,
인물사진은 특히 잘 나왔건 못 나왔건 즐거워져요.
낮에 잠깐 엄마 사진 모아둔 것 보고
예전 모습 보며 한참 웃었네요^-^
처음에 카메라 생겼을 땐 편한 줌렌즈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30, 50, 105mm의 세 단렌즈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
오늘은 한 카메라 사이트의 뉴스를 훑어보다가 Nokton 58mm 렌즈를 봤어요. 그게 제 카메라에선 87mm 렌즈가 되기 때문에 인물 사진 찍을 때 끝내주죠. 완전 수동렌즈긴 하지만 아주 탐나더군요.
짜이스 이콘 50mm 렌즈도 꼭 하나 갖고 싶어요. 요 렌즈는 해상도가 끝내주거든요. 에혀, 렌즈 욕심은 끝이 없어요.
와~~
완전 초록빛 브로치네요. 가운데 1캬레트의 다이아가 있구요.
진짜 보석은 그리 탐나지 않던데 요건 진짜 탐나네요.
디자인도 이쁘고 색깔도 이쁘고.
조 위에 링크해놓으신 옛날 사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답니다.
그래도 여전히 멋진 사진들이지만 지금과는 뭔가 다르긴 하구나 하면서 말이죠.
사실은 105mm 렌즈를 사고 그 사용법을 깨달은 건 1년 뒤였어요. 사진이 그렇게 썩 잘나오진 않고 있었죠. 1년 동안 렌즈를 자동에 놓고 찍었거든요. 마이크로는 사실 자동으로는 좋은 사진을 얻기가 어려워요. 1년뒤에야 비로소 완전 수동으로 돌아섰죠. 그때부터 좋은 사진이 얻어지더군요. 요즘은 50mm도 수동으로 찍곤 하는데 초점 잡기가 쉽질 않아서 한컷을 여러 장씩 찍고 있어요.
그래도 도루피님 말씀처럼 시선이 중요하겠지요. 똑같은 사물을 두 사람이 찍었는데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더군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렌즈가 없어 담지 못하는 때도 있기는 하지만요. 좋은 눈을 가지고 계시니 105mm 렌즈도 필요한 것이겠지요. 저는 지금 필름 갈아 끼우는 방법도 가물가물 합니다.
물방울이 맺힌 풀잎이나 거미줄을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그런 보석을 미련없이 버리는 무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나 렌즈가 아쉬울 때가 있어요. 가령 올여름 비올 때 골목길의 전선줄에 물방울들이 줄줄이 걸려 있었죠. 제게 300mm 줌망원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뛰어난 렌즈가 아니라서 그걸 제가 생각한대로 잡아내진 못하더군요. 200mm까지 되는 아주 좋은 줌망원이 있는데 그게 아쉽더군요. 그 렌즈 가격은 200만원이 넘어서 전혀 넘보질 못하고 있어요. 대체로 50만원대 정도에서 단렌즈로 좋은 렌즈들을 장만하고 나머지는 줌렌즈로 그냥 싼 렌즈를 쓰고 있어요. 105mm는 제가 사기엔 무리였는데… 어떻게 장만했죠. 현재는 50mm와 105mm 렌즈를 가장 애용하고 있어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고 사진으로 남기는 건 큰 즐거움인 것 같아요.
정말 보석처럼 아름답네요.
아름다운 자연이 자아낸 아리따운 보석 ㅎ
어제 여행과 사람과 사진이 있는 책을 한권 샀어요.
절반 넘게 읽고는, 이사람 디카잖아?
나도 많이 많이 찍어서 좋은 사진 찍을 수 있을까?
꼭 그런 것도 아닌데, 디카의 유혹에 시달렸어요.
시선이 중요하다니깐요. 흠-.-a
사진이 두 가지 측면이 있잖아요. 하나는 기술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나름대로의 시각을 갖추는 것이고…
사진의 시각은 카메라의 기술적 측면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가 않아요. 가령 카메라마다 색감이 다르고, 그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곤 하는데 니콘, 캐논, 시그마, 펜탁스, 후지에 따라 다 색감이 다르죠.
그 때문에 다양한 시각을 가지려면 다양한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도 그 때문에 카메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그마 SD14나 후지 S5pro 같은 카메라는 한대 장만하고 싶더라구요.
여기다가 렌즈까지 생각하면 카메라나 렌즈를 새롭게 장만하는 건 그 카메라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난 카메라의 경우엔 사진이 카메라라는 기계에 매우 종속적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어요. 그림이 붓이나 물감보다 사람에게 종속적인 경우와는 크게 다르죠.
어떤 사람들은 찍는 카메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카메라나 렌즈가 달라지면 확실히 찍는 지평이 폭이 넓어져요.
저 위의 사진은 105mm 마이크로 렌즈가 없었다면 아예 불가능했을 거예요. 제가 여지껏 사진 찍으러 많이 돌아다녔는데 105mm 렌즈로 사진 찍는 경우는 딱 한번 봤어요. 대부분은 60mm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이 렌즈는 정말 큰맘먹고 장만한 건데 하도 많이 써서 렌즈의 칠이 벗겨진 것은 이 렌즈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디카나 필카나 모두 사용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최근까지도 무쉭하게 기술만 있으면 아무 카메라도 저런 걸 찍을 수 있는 줄 알았어요.^^;;
동원님이나 forest님 두 분께 모두 사진 얘기를 하실 때마다 ‘카메라가 좋아서 그래요’ 하는 말씀을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사진은 확실히 기술적인 측면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헌데 또 좋은 사진에 글을 입혀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역시 사람에 종속된 일인 것 같아요.
좋은 카메라 가졌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는 건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카메라가 사진을 많이 좌우해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처음 장만하고 다녀온 곳이 설악산의 백담사였는데 그때는 카메라 작동법도 몰라서 거의 자동에 놓고 찍었어요. 렌즈는 18-70mm 번들 렌즈 달랑 하나였구요. 그날 저녁, 사진보면서 야, 씨, 좋은 사진이 그냥 좋은 카메라 장만하면 되는 거구나, 그 생각이 절로 들었죠. 지금도 그때 사진 보면 뿌듯해요. 그때만 해도 DSLR이 그렇게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죠. 그때 사진 구경하실래요.
http://blog.kdongwon.com/182
카메라 작동법도 모르고 자동으로 찍었던 사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