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엽의 숲 – 박남준의 시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박남준의 시 한 편을 읽은 뒤로
침엽수 옆을 지날 때마다
나무들이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나 오래 침엽의 숲에 있었다.

건드리기만 해도 감각을 곤두세운 숲의 긴장이 비명을 지르며 전해오고는 했지.
—박남준,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부분

시인들,
이런 나쁜 인간들 같으니라구.
나의 감각을 길들이려 들다니.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니
시인의 덕택에
항상 잎이 뾰족한 나무로 굳어있던 침엽수가
어느 날부터 신경을 곤두세운 나무로 서 있게 된 것이
그리 기분나쁘진 않았다.
다음엔 침엽수 옆을 지날 때,
한마디 할 생각이다.
‘긴장좀 풀어.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6 thoughts on “침엽의 숲 – 박남준의 시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1. 학교 다닐 때, ‘침엽수’란 뾰족한 나무를
    저런 시란 같이 배웠으면
    쏙쏙 잘 기억했을 거 같아요.
    전 침엽수랑 활엽수랑 한참 헷갈리고
    뜻을 몰랐다는 거 아니겠어요. ㅎ

    1. 얘기듣고 보니 침엽수는 침에서 뾰족한 침이 연상이 되는데 활엽수의 활은 좀 어렵네요. 그게 광활하다의 활이라는데 한자도 어렵고… 저도 오늘 알았네요.

    2. 침엽수는 침처럼 뾰족하다고 생각하니 금방 외워지더군요.

      ^^
      저는 활엽수를 좋아해요. 얼굴을 가릴 수있으니까요.
      플라타나스 잎으로 얼굴 가리던 밤이 생각나네요.^^

      도루피님 글보고 댓글달았는데
      동원님도 저랑 비슷한 글 올리셨네요.ㅎ
      활엽수는 엽불데기 살 생각하니 외워지던데요.ㅋ

    3. 그래도 역시 놀라운 건 시인의 감성같아요.
      그 뾰족한 잎을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으로 느끼니 말예요.
      우리 평등공주님의 삶은 삶 자체가 놀라운 시의 원천일텐데…

    4. 제 경혐에 의하면 삶이 글에 앞서요.
      평등공주님은 글보다 앞서는 삶을 갖고 계신걸요.
      공주님 표현을 빌리자면 저는 주디만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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