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집니다.
해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해의 집은 서쪽이거든요.
근데 왜 아침마다 동쪽에서 뜨냐구요.
아마도 집은 서쪽인데 새벽같이 일어나
동쪽으로 출근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거나 아침으로 하루를 열고
저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있어
해는 언제나 어김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는 항상 시간이 정해놓은 하루의 틀에 맞추어 살아갑니다.
거슬러 오르기엔 기억이 너무 아득하긴 하지만
아주 오래 전, 사람들도 해의 하루에 맞추어
아침을 열며 집에서 나오고,
또 저녁을 닫으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때 저녁은 사람들에게도
하루를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몫을 모두 해에게 넘겨주고
사람들은 그 시간의 틀을 벗어난지 오래되었습니다.
해질녘의 올림픽공원,
언덕의 능선을 따라
자신의 까만 실루엣을 그림자처럼 끌고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같지만
사실은 저녁 때쯤 집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저녁 시간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집에서 나와 언덕을 한바퀴 돌며 운동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거든요.
그래서 지는 해가 서쪽 하늘에 낮게 걸칠 때쯤
사람들은 오히려 집에서 나와 공원을 열심히 걷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저녁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저녁을 잃어버렸죠.
그렇지만 사람들이 오래 전에 잃어버린 저녁을
오늘도 해는 꼬박꼬박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난 저녁해를 바라볼 때면
바깥에 있으면서도 마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우린 오래 전에 저녁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마주할 때마다 여전히 저녁 풍경이 아늑한 것은
순전히 오늘도 잊지 않고 저녁 시간을 챙기고 있는 저녁해 덕분일 것입니다.
7 thoughts on “해와 저녁”
아공~ 해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본게 언제인지..
아래 사진의 벤치에 좀 앉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소나무가 사철 푸르다고는 하지만 솔잎이 누렇게 질때까 있거든요.
해질녘 소나무산에 가면 나무위에 누런 솔잎과 바닥 가득 누렇게 떨어진 솔잎 사이에
그 공간이 노을빛과 함께 환상적인 빛을 만들어 내는데 그 순간을 두고두고
잊지를 못하겠어요.. 그때 그곳 한가운데 서있으면 정말 꿈인듯해요.
아~ 그런 광경을 김동원께서 보셨다면 멋진 글로 남겨두셨을텐데요~~~
하긴 나뭇잎들이 물만 머금는게 아니죠.
빛을 머금은 나뭇잎은 마구 빛을 내면서 눈길을 잡아 끌죠.
사람도 사랑을 머금고 있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모르는 사람인데도 저절로 카메라가 그리로 향할 때가 있어요.
저녁해는 정말 아름답죠?
그 해가 만드는 세상이 말이죠.
동원님의 해질녘 하늘색이 정말 너무 너무 멋있어요.
먼가 기술을 가미하신건지 아님 그날의 석양이 그리 멋있었던건지 궁금해요.
물론 나무와 사람이 함께한 전체적인 그림을 잘 잡으신거지만요.
이렇게 근사한 사진을 꽁꽁 숨겨 두셨다가 때 맞춰 ‘멍군이요!’ 하시는거죠?
초짜의 시건방진 말, 용서하시와요 -_-;;
가미는 거의 안해요.
사람 사진은 많이 보정하는 편이지만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사진이 잡히는대로 올려요.
사진이 생각을 불러 일으키면요.
그런데 이 날은 이 사진 두 장을 보고 있는데 저녁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럼 그때 글을 쓰고, 사진은 올린답니다.
사진은 골라놓고 있는데 아직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사진은 올리지 않고 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그때그때 노트를 해놓지 않다보니 그때 무슨 생각으로 찍었지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요.
앞으로는 사진 찍을 때 간단하게 노트를 해놓을까 생각 중이예요.
그 저녁 사진은 잘 찍으셨으면서 그러세요.
사실 이 사진은 기술적으로 보면 잘 찍은 사진은 아니예요.
태양의 블레어가 너무 거칠게 나왔거든요.
F값을 너무 길게 준 결과예요.
F값을 짧게 주어야 일몰의 태양빛이 부드럽게 형성된다는 것을 그 뒤에 알았어요.
사진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초점이 맞지 않은 한 장의 사진은 실수이다.
초점이 맞지 않은 열 장의 사진은 실험이다.
초점이 맞지 않은 100장의 사진은 그 사람의 스타일이다.”
자신의 현재 사진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세요.
전 똑딱이 갖고 사진 찍을 때도 얼마나 자신만만했었는데요.
내가 뭐 직업 사진작가도 아니고 내 마음에 들면 되지 뭐, 하면서요.
화이팅이예요.
사진 명언, 맘에 들어요.
자신감이 막 생기는데요 ㅎㅎ
나만의 사진을 위해 천천히 나아가야지요
두장의 사진이 유난히 멋져요.
자연 앞에서면 사람들은 왜 마냥 작아지는지 ㅋ
찍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들여다보다 보니까 쬐끔, 아주 쬐끔 멋지더라구요.
우리 수요일날 만나면 남한산성 가요.
숲속을 거닐면서 가지 사이를 비운 겨울나무들 보면 아주 멋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