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 25일 경기도 이천의 설봉호수에서
이천의 설봉호수를 산책했다. 호수를 절반으로 나누어 얼음과 물이 경계로 삼고 대치하고 있다. 얼음은 물을 얼려 호수를 얼음으로 덮으려 하고 물은 얼음을 녹이고 바람을 불러들여 호수를 모두 물결로 일렁이게 하려 든다. 얼음은 겨울의 다른 이름이 되고 물은 봄의 걸음이 된다. 봄이 가까워지면 대개 겨울은 북쪽으로 퇴각한다. 하지만 설봉호수에선 양상이 정반대이다. 남쪽으로 자리한 산자락의 그늘 때문에 겨울이 오히려 남쪽으로 내몰린다. 남쪽으로 얼음이 두꺼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의 봄은 공중으로 투하되어 북쪽의 얼음을 가장 먼저 녹이고 그렇게 호수에서 봄의 자리를 확보한다. 그리하여 봄의 다른 이름이 된 물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겨울을 파고 든다. 산을 넘어와 북쪽으로 퇴각하려던 겨울은 그만 호수의 남쪽에서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때문에 이곳에선 겨울이 북쪽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호수의 남쪽에서 계절을 마감한다. 여름에 이곳의 호수 남쪽을 거닐 때 그늘의 시원함이 좋다면 그 시원함은 이곳에서 계절을 마감하며 남긴 겨울의 냉기 탓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