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 26일 서울 암사동에서
나무는 한해를 단위로 죽음과 부활을 산다. 장사한지 사흘만에 다시 산 부활의 얘기가 있지만 나무의 세상에 그런 부활은 없다. 겨울의 초입에서 시작하여 추위가 그 위세를 떨치는 겨울의 한중간을 모두 지날 때까지 나무의 죽음은 잎을 모두 떨어낸 모습으로 지속된다. 하지만 그 죽음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무에 관해선 아예 죽음 자체를 믿지 않는다. 때문에 죽음의 때가 와도 사람들은 나무를 장사지내지 않는다. 나무는 죽은 모습으로 몇 달을 견디나 사람들은 그 기간에 절대로 부활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한 번도 배신당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부활이 다시는 깨어날 것 같지 않는 나무의 겨울에 약속되어 있다. 오늘도 겨울 나무 곁을 지났다. 죽음이 아니라 부활의 약속을 지나치는 시간이었다. 곧 잎을 푸른 호흡처럼 내미는 부활의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