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오징어 게임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2월 26일 서울 암사동에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속에 있지 않다. 멀리 알 수 없는 은폐된 섬에 있지 않다. 사실은 우리의 거리가 온통 오징어 게임이다. 어지간 해선 말들이 들리지 않는 차들의 소음 속에서 파란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란 선명한 말이 되어 거리를 흐른다. 그 말이 켜져 있는 동안에만 차들은 움직일 수 있다. 그 말이 끝났음을 알리면서 빨간불이 켜지는 순간 차들은 모두 멈추어야 했다. 차들은 모두 알고 있다. 멈추지 않으면 범칙금 고지서가 총알처럼 그들을 향해 날아든다는 것을. 거리에선 빨간불이 눈에 불을 켜고 시간 안에 가야 하는 바쁜 차들의 발목을 잡고 어느 차가 움직이는가를 찾아내려 눈알을 굴렸다. 거리에는 온통 영희의 눈이었다. 다행이 그 시간 동안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은 빨간눈에 포착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빨간눈의 사각지대를 용케 파악하여 여유롭게 길을 건넜다. 하루 종일, 세상이 온통 오징어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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