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배와 작은 배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16일 두물머리에서


큰 배는 덩치가 매우 컸다.
배가 한번 몸을 틀면 강물이 크게 요동쳤다.
그 큰 덩치로 강을 짓누르고 있었다.
느낌이 그랬다.
크고 화려한 것을 가지면 내가 짓눌릴지 모른다.
내 마음이 무겁다.

돛단배는 아주 작았다.
물결이 밀면 미는대로 흔들렸다.
돛단배는 강의 품에 안겨 있었다.
느낌이 그랬다.
작은 것들은 모두 내 품에 들어와 안긴다.
내 마음이 평화롭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16일 두물머리에서

8 thoughts on “큰 배와 작은 배

  1. 어제 만나뵌 분이,
    “더 이상 잃을 게 없기에,
    새로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멋진 말씀을 해주셨어요.
    왠지 저도 잃을 게 없기에
    무얼 해도 세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훌훌 떠나도 편하게 느껴졌어요.

    1. 산다는 게 정말 그렇더라구요.
      무얼 갖게 되면 그걸 갖게 되어 행복한 건 잠시고 결국은 그것에 묶이게 되어 버려요. 불교에서 무소유를 강조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가끔 나도 나를 지우고 싶을 때가 많아요.

  2. 넓은 바다에 퐁당 잠기는 작은 잠수함이고 싶습니다….

    ps. 조금더 시간이 지나면 석양에물든 멋진 사진이 나왔을것 같은데 더 계셨었나요?

    1. 아뇨, 그냥 왔어요.
      일하다가 머리 식히러 잠시 나간 거라서…

      여기서 찍은 건 아니고, 이곳의 강건너편에서 찍은 저녁 사진은 있어요.

      http://blog.kdongwon.com/370

      두물머리에서 해질녘까지 머문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좋은 황혼은 강건너편에서 건졌어요.

  3. 우리집 식구들이 모두 제 품에 안길 때
    ‘아, 내가 이집의 가장이구나’를 느끼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근데 희한하게 제 눈에는 돛단배가 돛과닻으로 보였어요.^^
    돛과닻 선생님방에 너무 자주갔나?ㅋ

    1. 전 제가 또 잘못썼나 하고 급하게 위를 봤습니다.

      전 밤길을 갈 때 딸이나 forest님이 제게 찰싹 붙으면 아주 뿌듯하던걸요. 다 제 품에 안고 가는 기분이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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