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블로그를 드나 들면서,
그 블로그의 주인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하여 중첩시켜 가는 경우가 있다.
나에겐 Aki(아키)가 그랬다.
기회를 노리다가 북한산을 다녀왔다는 포스팅을 보고는
강화에 있는 진달래산(원래 이름은 고려산)에 가자고 꼬드겼다.
아키는 순순히 응했다.
4월 21일 금요일, 신촌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 만남은 처음 만나면서도
이미 8할의 익숙함을 갖고 있는 만남이다.
그리고 그 만남은 각자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갖고 만나는 만남이다.
나머지 2할의 극히 개인적인 부분들은
술자리에서 서로 나누어 갖는다.
그 만남은 8할의 익숙함을 갖는 또다른 사람들로 이어져
밤 9시에 시작된 술자리가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가고 말았다.
Aki(아키).
아키는 산에서 두번 미끄러져 넘어졌다.
중력이 끌어당기면 그녀는 힘없이 자신을 내주었다.
모두 내려올 때였다.
올라갈 때는 한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다.
중력을 뿌리치고 제 길을 갈 때는 전혀 넘어지지 않았으나
중력이 그녀를 끌어당겼을 때는
그 품으로 넘어졌다.
뿌리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없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항상
우리를 끌어당기는 그 중력의 자장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빛>이란 이름의 Jazz Rock 카페에서 술을 마셨다.
이름과 달리 카페안은 그다지 빛이 풍요롭지 않았다.
우리들은 모두 어둠 속에 몸의 8할을 묻어야 했다.
어두컴컴한 카페 안에서 몸의 8할을 묻고
나머지 2할로 나누는 대화는 정말 오랜만이다.
2할로 나누는 대화는 어지럽게 흩어지지 않는다.
2할의 대화는 탁자 위에 그대로 쌓인다.
그 카페는 우리의 대화에 필요한 빛은
2할이면 충분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왜 같은 태양인데
속초에 내려가서 보는 아침해는 다른 것일까.
바다가 큰 몫을 하는 것이리라.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내내 그 자리에 함께해주는 사소한 것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담배와 강냉이도 그런 소소한 것들 중의 하나이다.
그것을 빈약한 안주나
건강에 안좋은 기호품으로 깎아내리면
그 순간 말은 오고가도 대화는 없다.
마치 매일 태양이 뜨는데도
속초의 아침해는 없는 것처럼.
아키와의 대화.
나: MP3 플레이어, 뭐니?
아키: 난 iPod U2, 그리고 번들 이어폰. 너는?
나: 난 iAudio 5. 그리고 젠하이저. 왜 아이팟이야?
아키: iAudio 5와 젠하이저의 음악은 양념을 친 음악이야.
때문에 입에 착착붙지.
iPod과 번들 이어폰의 음악은 날 것의 음악이야.
난 양념없이 음악만으로 버무린 날 것이 좋아.
그녀를 부추겨서
그녀 혼자 여행을 떠나도록 꼬드기고 싶다.
여행은 홀로 가야 한다.
둘이 가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둘이 가는 여행은 아무리 멀리 가도
둘의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둘의 여행은 결국 둘의 사이,
그 짧은 거리를 벗어나질 못한다.
그러니 여행은 혼자 떠나야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짧지만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그 둘 사이의 거리를 벗어나
멀리 여행한다.
그녀에게 홀로 여행을 부추기고
그녀의 여행을 기록하고 싶다.
멋진 기록이 될 것 같다.
그녀는 홀로 여행을 떠나고,
나는 그 여행을 기록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셈이다.
아주 오래 전에 나의 그녀와 그렇게 여행한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astrong(아스트롱).
젊음이란 새벽 2시에 전화를 했을 때
그 자리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아스트롱은 전화받고
그 시간에 그 자리에 나왔다.
아스트롱과 아키.
아키는 그런 아스트롱을 좋아한다.
나도 그런 아스트롱이 있었으면 좋겠다.
snippet(스니핏).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다.
스니핏은 음악에 빠졌나 보다.
디배기.
우리는 ID를 통하여 그가 가진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렇게 보았을 때,
그는 D100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D100을 처음 보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보았으며
셔터가 반쯤 내려가자
나를 향하여 반짝 빛을 뻗쳤다.
그로부터 한달쯤 뒤 나는 DSLR를 장만했다.
세랑.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 같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담배를 제거하면 대화도 없다.
왜냐하면 담배와 술이 대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7 thoughts on “8할의 익숙함, 그 만남”
저기요~ 저 위에 제사진이랑 언니사진 원본 주실수 있을까요?
너무 잘나와서 프린트하고 싶어요.
메일주소 알려드릴께요~
lambrant@gmail.com
언니도 사진 잘나왔다고 좋아라~하는중 ^^
몽땅다 보냈어요.
우와~~~ 사진 너무 이쁘게 잘나왔어요~ 와우!!!
홍대 다시 다녀오셨나봐요~ 낮에 찍힌 빛까페를 보니…
저도 어제 또 홍대에서 음주가무를… 헤헤
아스트롱씨에 버금가는 친구의 생일이었거든요.
진달래가 뭉게뭉게 피어있는 멋진 광경과 편안한 술자리 모두 너무 좋았어요~
진달래 산의 사진은 내일 쯤에나.
나도 즐거웠어요.
그날 테이블이 달라서 이야기를 많이 못해서 섭섭합니다 흑흑~
사진 훔쳐갈려구 왔지용~~ 흐흐흐…
그나저나 저~ 위에 아키 독사진 아키 특징이 그대로 묻어 나오네요^^
세랑님 사진도 아주 못지않게 잘 나온 것 같은 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