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그리다

Photo and Modified by Kim Dong Won

종종 사진은
사진을 넘어가고 싶은 욕망을 충동질한다.
그 욕망은 내게선
그녀의 사진을 찍고 나면
그녀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나타나곤 한다.
난 꽃이나 산, 바다를 쫓아다닐 때는
사진의 경계 내에 머물며 만족을 하고,
전혀 그 경계를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사진을 찍고 나면
난 사진의 경계를 넘어가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그녀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다.
하지만 난 그림 재주가 없다.
현재의 내 처지론 사진의 경계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현대의 첨단 컴퓨터 기술은
나로 하여금 그림 그리기를 흉내는 내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것도 내 사진을 바탕으로.
몇번의 과정을 거치며
난 사진을 넘어가 마치 그려낸 듯한 그녀를 만난다.
난 왜 그냥 그녀의 사진에 머물지 않고
사진을 넘어가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사진도
그냥 그녀를 담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도 눈앞의 그녀를 넘어가 보고 싶은 욕망이다.
내가 그녀의 사진을 찍으면
나는 그녀를 넘어가 사진 속에서 그녀를 새롭게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날 나는 이제 그 사진의 경계를 넘어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항상 오늘의 경계를 넘어가 그녀를 새롭게 만나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렇게 경계를 넘어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가 넘어갔던 최초의 지점, 바로 눈앞의 그녀 앞에 선다.
눈앞의 그녀를 넘어가고 싶다는 욕망은
나중에 알고 보면 그녀를 넘고 넘어
눈앞의 그녀로 돌아오고 싶다는 욕망이다.
나는 오늘 사진으로 그녀를 넘어가고,
그림 그리기를 흉내내며 또 그녀를 넘어갔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눈앞의 그녀와 마주했다.

9 thoughts on “그녀를 그리다

  1. ‘잠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란 사진이 꽤 인상깊었어요.
    forest님의 클로즈업한 눈이 참 아름답더군요
    남편도 결혼 전엔 제 사진 많이 찍어줬는데 이젠 카메라 놓은지 오래되었네요.
    이젠 남편의 카메라에 찍히고싶지도 않습니다.
    렌즈를 쳐다보면 분노만 이글거릴 것같아요.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얼굴 표정이 다양하게 나오죠.
    20대에 사진동우반 활동할 때 어느 분이 사진 찍어줬는데
    그사람 카메라는 멀리하고싶더군요.
    사진찍는 사람이 *씹은 표정이니 제 표정도 저절로 일그러지더라구요.

    꽃경내님이 사진 찍어줬을 땐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이 나왔죠.
    넘 웃어서 눈가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요.
    표정 밝은 사람이 좋아요.
    상대방이 표정 밝으면 거울처럼 똑같아지거든요.

    1. 경내씨가 참 밝죠.
      게다가 부모님 생각도 많이 하는 효녀구.

      사진찍을 때 사람 사진이 제일 어려워요.
      그 사람이 가장 행복해 할 때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게 쉽지 않거든요.
      순식간에 행복한 표정이 지나가곤 하거든요.
      사랑과 행복은 항상 밝혀져 있는게 아니고 잠깐씩 반짝이는 거 같아요.

  2. 와~ 수채화다.
    이 그림 말씀이셨군요.
    붓으로 저렇게 표현하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할거예요.
    진짜 그림이라 해도 믿을만큼 대단한 컴 기술이네요.
    그냥 사진보다 느낌 훨~ 좋아요.
    이 글을 대하는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

    1. 한눈에 알아보시네요, 수채화풍이란 걸.
      실제로 수채화 기법으로 처리한 것이거든요.
      효과 내느라고 이런저런 브러시로 엄청 문질렀어요.
      원래는 하이키라는 기법을 찾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기법을 보게 되었죠.
      과정이 쉽지는 않네요. 영어 떠드니 알아듣기도 어렵구…

    1. 너무 끔찍할 거 같아요.
      망가지기 전에 그곳에 세번 정도 갔었거든요.
      안면도는 수도 없이 간 것 같구요.
      어제는 그때 찍어온 옛날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었어요.
      서해에 동해보다 더 맑은 곳이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죠.
      전 끔찍한 광경은 감당을 못해요.
      그래서 주로 꽃과 자연을 찍으러 다닌다는…

      주말에 시골서 고향 친구들이 왕창 올라와요.
      함께 보내야 한답니다.
      시간 맞춰서 언제 백담사나 오대산이나 그런데 한번 가요.

  3. 결국 사진을 넘고 그림을 넘어서 만나는 그녀는 다시 눈 앞의 그녀네요.
    흠…..

    forest님을 찍은 어떤 사진에서도 포스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
    이 그림(?)에서는 약간의 포스가 느껴지네요.
    사진이 원래 그런걸까요, 아니면 그림작업이 찾아낸 포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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