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11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나무들은 대개
몸을 꼿꼿이 세우고
하늘로 고개를 두지만
버드나무는 좀 다르다.
다른 나무가 분수처럼 솟구칠 때,
버드나무는 비처럼 한해내내 지상으로 쏟아진다.
나뭇잎이 한창일 때는 푸른 비로 주룩주룩 내린다.
하지만 그 밑에선 누구도 젖지 않는다.
바람불면 모든 나뭇가지가 몸을 흔들어 장단을 맞추지만
바람과 스텝을 맞추고 흥겨워하는데 있어선
어느 나무도 버드나무를 쫓아가지 못한다.
다른 나무들은 그저 바람에 떨고 있는 것 뿐이다.
하지만 버드나무는 바람과 춤춘다.
버드나무는 밤엔 머리를 풀어헤치고 귀신 놀이를 한다.
“히히히, 나 무섭지.”
그때면 사람들이 때로 놀라고 겁먹는다.
하지만 알고 나면 모두 웃고 만다.
버드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좀 다르게 산다.

난 가끔 그 버드나무가 된다.
머리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비가 되어 내린다.
또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 무섭지 하며 귀신놀이를 한다.
난 머리를 감을 때마다 버드나무가 되곤 한다.

4 thoughts on “버드나무

  1. 동원님, 혹시 경주 보문단지 가보셨어요?
    보문단지에 버드나무 많아요.
    봄엔 하얀 벚꽃과 진달래, 개나리와 호수가 잘 어울리는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죠.
    남편과 처음 만나서 놀러간 곳이 경주 보문단지인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황홀했는지 모릅니다.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건너편 보트에 타고계신 분들께 사진 찍어달라고했는데
    그림처럼 멋지게 나왔어요. 모르겠어요. 우리 둘다 미남미녀라서 그랬는지두요.^^

    내년 봄에 가족과함께 경주 보문단지 꼭 가보세요.
    거긴 봄되면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차도 많이 밀리는 곳이니
    아침 일찍 도착하는 게 좋을거에요.

    저는 아침일찍가서 구경하고 오후 1시쯤 돌아왔는데 차가 하나도 안밀려서 편했어요.
    남들 모두 움직일 때 구경가면 차 밀리고 짜증많이 나거든요.

    삼성sdi 사진동우반 활동할 때 누군가 버드나무 밑에서 웃고있는 제 사진 찍어준 적있는데 그 사진도 꽤 잘나왔죠.
    어머나, 쓰고보니 제 자랑을 늘어놓은 것같네요.ㅋ
    귀여운 경내님 없으니 왠지 쓸쓸합니다.
    지금은 경내님이 예전에 올렸던 ‘희나리’를 듣고있어요. 슬프네요.

    1. 경주는 옆으로 스쳐가본 적만 딱 한번 있었어요.
      울산에 사는 친구한테 놀러갔다 올 때였죠.
      전 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 한번 못가본 걸요.

      경내씨가 놀러가니 말씀대로 텅빈 느낌이네요.
      그 친구가 어리지만 마음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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