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색도 곱구나.
그 고운 색을 어디서 얻었니.
“나도 몰랐는데,
그게 내 속의 색이라고 했어요.
내 속 저 깊은 곳에
이미 그 고운 색이 들어있다더군요.
잎들에겐 모두
이미 태어날 때 그런 색이 주어진데요.
그렇지만 한창 여름 때,
초록을 움켜쥐고 손에서 놓질 않았더니
삶은 늘 싱싱했는데
색은 초록밖에 없었어요.
가을이 왔을 때쯤
그 고집을 풀고 초록을 손에서 놓았더니
내 속의 색이 고운 빛깔로 스르르 떠올랐어요.
초록을 잃을 줄 알았는데
초록을 손에서 놓고 비로소 내 속의 색을 얻었어요.”
14 thoughts on “단풍의 색”
사실 저는 프리랜서는 아니지만 거의 같다고 보아도 돼요.
그러다 보니 저도 일 실컷하고 돈과 고마움은 커녕 그 반대가 좀 있죠.
왜, 무엇이 문제일까?하고 생각 많이 했는데…물론 저에게 문제가 많겠지만,
답은 모르겠고요. 좀 서정적인 사람들이 그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서울에 있다 갑자기 일이 생겨 지방에 와 있다 보니
내 집이 아니라 컴퓨터에 들어 올 수가 없더라구요.
아주 오랜 만에 들어 오니 참 좋네요.
“그 고집을 풀고 손에서 초록을 놓았더니
내 속의 색이 고운 빛깔로 스르르 떠올랐어요”.
참 가슴을 치네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게 프리랜서의 가장 큰 불안이죠.
수입이 하나도 없는 달도 있고…
지금 눈오네요.
아, 불행이도 여기는 눈이 오지 않네요.
얼른 창 밖을 내다 보니….
여기도 잠깐 오다 그쳤네요.
좋은 밤 되시길.
저는 변화가 심해서 늘 불안한 날을 보냅니다.ㅎㅎㅎ
저렇게 고운 잎은 살포시 안아주고싶어요.
사실 저도 프리랜서라 일의 굴곡이 아주 심해요.
또 언제든지 일이 끊어질 수 있구요.
일이 들어올려다가도 말고…
일해주고 돈 못받고…
불안한 삶이죠.
그래도 그냥 남는 시간의 자유를 생각하며 살아가요.
가을에 저런 잎 책갈피에 몇 개 넣어두어야 하는데 요즘은 사진으로 남기고 지나가네요.
“초록을 손에서 놓고 비로소 내 속의 색을 얻었어요.”
저 같으면 아마 초록을 움켜쥐고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있었을 겁니다.
에이. 단풍만도 못한 인간 1人.
그러면 우리 함께 초록을 움켜쥐고 같이 버텨볼까요?
나이드니 자꾸만 젊음이 부럽기만 하네요.
‘초록을 손에서 놓고 비로소 내 속의 색을 얻었어요’
다 읽고 나서 왜 ‘아멘!’ 이 나오죠? ^^;;;
어찌됐든 단풍의 색이 전해준 통찰에 ‘아멘’이예요.
이 곳에 오면….
늘 사진보다 더 좋은 건 사진 한 장을 통해서 길어올리신 ‘좋은 생각’ 인 것 같아요.
어느 날 단풍에 관한 과학적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초록은 잎의 원래 색이 아니라 광합성에 의해 생긴 엽록소의 색이라고 하더라구요. 원래는 나뭇잎이 모두 자신만의 색소를 함께 가지는데 엽록소가 워낙 많아 그 색소를 가리고 있다는 거였어요.
한마디로 초록은 죽자사자 일할 때의 색이랄까요.
단풍은 그 일에서 손을 놓고 휴식에 들어갔을 때의 색이래요.
그 얘기듣는데 열심히 일한 뒤에 자기 색을 찾는게 나뭇잎이란 생각이 들었었죠.
색이 정말 곱네요
주황과 주홍이 살짝 대비를 이루고 있군요.
이글을 보니 언젠가라고 하는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분이
“일년 내내 초록이라는거, 그게 바로 싱가포르의 공해예요” 라고
한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 ^^
변화가 없으면 무료하고,
변화가 심하면 불안하고…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균형 찾는게 참 어려운 듯 해요.
자신의 색을 오롯이 드러내는 가을이 참 좋다.
아, 초록이 오롯이 나오는 봄도 참 좋구.
그 초록을 땅속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다고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지.
땅을 열길을 파도 우린 초록 한톨 구경하기 어려운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