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7일 서울 천호동에서
매일밤 마주 보면서도 만날 수 없는 운명은 슬프다. 지구와 달이 그렇다. 하지만 우주의 섭리는 오묘하여 지구는 마음을 그 그림자에 실어 달로 보낼 수 있다. 과학은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이라 설명하며 그 만남을 월식이라 일컫는다. 아니다. 그것은 지구가 그림자에 마음을 실어 아득한 거리의 달을 만나러 가는 일이다.
매일 밤 눈을 맞추고 서로를 마주보는데 어떻게 정들지 않을 수 있겠으며 정들면 만나고 싶은 법이다. 다만 암흑물질이 눈에 보이지 않듯이 달을 만나고 싶은 지구의 마음을 알아보기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달은 그 마음을 안다. 마음이 오는 것을 안 달은 둥글게 부풀어 한껏 들뜬다.
지구의 마음은 달의 왼쪽 위로 온다. 그렇게 온 마음은 달을 껴안고 포옹은 깊어진다. 포옹이 한껏 깊어져 아래쪽으로 달이 조금만 남았을 때 달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그 속삭임은 비록 너의 그림자라고 해도 이렇게 너를 안을 수 있다면 내가 모두 지워져도 좋아라고 속삭인다. 달이 제 존재마저 지워버린 깊은 포옹이 길고 오래 하늘에서 계속된다. 그 시간의 우리 눈엔 밤하늘만 가득할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깊은 포옹은 둘만의 것이다.
하지만 이 만남은 헤어짐을 필연의 운명으로 예비하고 온다. 달은 지구의 마음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달은 마음이 온 왼쪽 위부터 포옹을 푼다. 마지막으로 포옹을 푸는 자리는 오른쪽 아래이다. 지구와 달의 만남은 왼쪽 위로 와서 오른쪽 아래로 대각선을 그리며 비스듬히 흐른다. 헤어짐의 마지막 순간은 엷은 입맞춤이었다. 만남은 기쁜 것이나 헤어짐은 슬프다. 그 슬픔으로 지구를 보낸 달은 구름 속에 얼굴을 묻고 한참 동안 펑펑 울었다. 하지만 만남이 남긴 기쁨이 뒤섞여 달이 울 때 구름은 눈이 부시도록 환했다.

2025년 9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2025년 9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2025년 9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2025년 9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2025년 9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2025년 9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