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9월 9일 강원도 영월 문곡리에서
고향에서 살았던 시간의 두 배 넘는 세월을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은 끊임없이 바뀐다. 도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자연은 변함이 없을 것 같지만 고향에 내려가면 자연 풍경도 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읍내에서 40여리 떨어진 영월의 북면 문곡리가 내 고향이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시냇물의 왼쪽으로 길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연이 다 점거해 버렸다. 물을 따라 그 길을 걷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물길도 바뀌었다. 오른쪽의 절벽을 따라 몸을 비틀며 흘렀는데 이제는 왼쪽으로 주로 흐르고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절벽을 따라 물이 깊었다. 절벽을 기어 올라가 물로 뛰어내리는 것이 우리들이 누린 여름날의 재미였다. 지금은 자갈이 밀고 내려가 거의 모두 메워 버렸다. 어디에도 깊은 곳이 없다. 절벽은 나무와 풀들이 절벽을 타고 내려와 푸르게 덮고 있었다.
이 물은 서강으로 흘러가 영월 읍내에서 동강과 만난다. 그리고는 단양을 거쳐 충주호로 흘러들고 여주와 양평의 남한강을 물길로 삼아 결국은 서울의 한강에 이른다. 물은 한강을 거처 서해로 걸음을 계속하지만 고향을 떠난 나는 계속 서울에서 살았다. 그래도 내가 떠난 곳은 이 물길이 걸음을 떼는 바로 이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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