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저녁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9월 10일 서울 천호동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동네의 저녁은 건물의 그림자를 길게 눕히는 것으로 저녁을 밀고 온다. 그림자로 밀고 온 저녁은 동네를 그늘로 덮어 조도를 낮추는 것으로 저녁이 왔음을 알린다. 그렇다고 저녁이 어디나 햇볕이 가득했던 동네를 그늘로 덮어 조도를 완연하게 떨어뜨리며 오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 위쪽으로는 환한 저녁이 해가 서쪽의 저녁 경계를 넘어가기 전까지 계속된다. 여전히 환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빛이 어느 순간을 넘어가면 한낮의 빛에서 저녁의 빛으로 바뀐다는 것을.
한낮의 빛과 달리 저녁의 빛은 한껏 눈높이를 낮춰 시선의 높이를 우리의 눈에 맞춘다. 한낮엔 빛이 있는 곳을 보려면 옥상에서 눈을 거의 수직으로 꺾어 하늘에 두어야 했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서쪽으로 향한 창에 눈을 두면 된다. 가장 편안한 각도로 와서 눈을 맞추는 것으로 저녁빛이 온다.
동네의 저녁은 낮고 길게 밀고 가는 그림자와 시선의 높이를 엇비슷이 맞춘 낮은 각도의 빛과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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