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3월 25일 김포 고양2리 숲속산새마을에서


냉이는 봄엔
지면 가까이 몸을 납짝 붙이고 있습니다.
냉이는 봄이 굳었던 겨울을 풀며
땅속으로 가장 먼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냉이는 봄엔
지면 가까이 몸을 붙이고
땅속에서 봄을 길어올립니다.
봄에 냉이국을 먹으면
봄내음이 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냉이입니다.

봄이 지나고 나면
냉이는 더이상 지면으로 납짝 엎드려 있지 않습니다.
냉이는 봄을 훌훌 털어버리고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냉이가 봄을 털어버리고 나면
더 이상 냉이로 냉이국을 끓여먹을 수가 없습니다.
냉이는 봄엔
냉이국으로 봄내음을 가장 먼저 알리며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어 주지만
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 봄에 묶이지 않습니다.
냉이는 마치 밟아놓은 듯 지면에 붙어있던 봄의 모습을 깨끗이 버립니다.
그리고는 가늘고 긴 몸매를 뽑아올리며 꽃을 피웁니다.
우리는 우리의 입맞을 맞추어주던
봄의 냉이만 기억하고
그 기억에 묶여 있지만
냉이는 봄이 지나면
그때는 봄을 버립니다.
그리고는 키가 크고, 예쁜 꽃을 가진 냉이가 됩니다.
내가 모르고 있던 냉이입니다.

봄의 경계, 그 안쪽엔 봄내음 나는 냉이국이 있습니다.
봄의 경계, 그 너머에 냉이의 꽃이 있습니다.
항상 봄의 경계, 그 안쪽에 살고 있었지만
올해, 난, 냉이를 따라 봄의 경계, 그 너머를 넘어갔다 왔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5 thoughts on “냉이

  1. 아~ 냉이가 저렇게 변하는군요.
    부추꽃, 파꽃, 상추꽃은 아는데 냉이도 안케면 저렇게 되는군요.
    쓸모없게 되버리는 꽃들이라 이쁘다고 해야하는건지 고민하게 되는 애들이죠.

    1. 그래도 꽃이 있어 다음 해 필 냉이씨가 나오지 않나 싶은데요.
      파꽃의 경우엔 제가 씨앗으로 쓰려고 몇개는 일부러 내버려 두는 걸 보았거든요.

  2. 언젠가 냉이캐러갔는데 해가 어둑어둑 지고있더군요.
    맘은 급하고 무섭기도했지만 냉이국 끓일 생각에 엄청나게 많이 캐왔어요.
    납편이 제가 캔 냉이를 보더니 “무슨 풀을 잔뜩 뜯어왔냐”며 웃더군요.
    쭈그리고 앉아서 냉이캐느라 고생 엄청 했는디.. 모조리 버렸어요.

    지금은 풀과 냉이를 확실히 구분할 수있어요.
    어떡해요? 저 또 냉이캐고 쑥 뜯으러가고싶어졌네요.
    올 봄에 너무 많은 쑥을 뜯어서 아직도 냉동실에 쑥이 많아요.
    그리고 고구마 줄기도 엄청 많아서 냉동실이 꽉찼네요.
    가까이에 계시면 고구마줄기 드리고싶은데…
    고등어찌개 만들 때 맨 밑에 무와 고구마줄기 깔면 무지 맛있답니다.^^

    냉이보니 우리 꽃경내님이 올렸던 희나리가 생각나네요. 보고싶은 우리 경내님.

    1. 저희도 매년 쑥이 나는 계절이면 쑥캐와서 쑥국, 쑥덕을 해먹는게 행사죠.

      경내씨야 여행 잘하고 있겠죠, 뭐.
      우리 생각도 안날 거예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