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나는 “동원”이었지.
물론 결혼 후에도 나는 “동원”이었어.
하지만 살다보니 내가 조금씩 남편이 되더군.
그러다가 또 조금씩 아버지가 되었어.
물론 남들이 보기에 조금이었어.
나에겐 아주 큰 것이었지.
남편과 아버지는 여자들에겐 함께 살기에 아주 편한 존재야.
그치만 “동원”인 함께 살기엔 너무 힘든 존재지.
여자들은 참 이상해.
반하기는 그 힘든 “동원”이에게 반하고는
나중에 살기는 남편이나 아버지와 살려고 해.
물론 나는 여전히 “동원”이로 살고 있어.
하지만 내가 “동원”이로 살면 모두가 나를 힘들어해.
내가 힘드니까 모두가 온통 나를 탓해.
“다, 너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거야”라고.
남들이 모두 내 탓을 하는데 난들 기분이 좋겠어.
그래서 나도 엄청 화가 나.
그래서 나는 내 탓을 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마구 소리를 질렀어.
“니들이 동원일 알아!”
이렇게 얘길하니 졸지에 내가 게맛이 된 기분이군.
어쨌거나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도대체, 이게 뭐야.
50을 눈앞에 둔 나이에 점점 더 길이 흐려지다니.
오늘은 날씨마저 꾸물꾸물하네.
하지만 길은 없는게 좋을 수도 있어.
내 경험에 의하면 선명한 길을 따라가는 것만큼
숨막히는 것도 없거든.
그래서인지
화가 나는 한편으로 자꾸만 웃음이 비질비질 기어나와.
지워진 길 앞에서 오늘도 자꾸 웃음이 비질비질 기어나와.
이런 경험, 해봤어?
화가 나면서, 또 웃음이 비질비질 새는 경우.
이거 아주 미치겠어.
4 thoughts on “결혼, 그 전과 후”
그러게요. 여자도 결혼하면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야한다는게 무지 힘들어요.
제 자신은 한없이 죽여야만 집안이 평화롭죠.
그래도 그렇게만 살면 제가 아닌듯해서 모든것에는 아니지만
가끔 확실히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확실하게 여기는건 밀고 나가죠.누가뭐래도.^^
그게 정신건강상 좋은거같아요.^^
당연하고 지당한 말씀.
그런 경험 해봤죠
워낙에 엄했던 울 아빠의 딸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았었거든요.
나도 아빠한테 그랬어요. 아빠가 내 꿈을 알아? 라고…
저도 게맛 된 기분이었지만 사실 게맛이 얼마나 훌륭한데요. 냠냠.
그냥 웃으세요~ 많이 우울해보이세요. 화알짝 웃어보아요~
푸하하. 낄낄낄. 크크크. 깔깔깔. 이런 너무 웃었더니 눈물이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