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 새겨놓은 사랑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2월 19일 속초 사진항 등대

속초항 바로 위쪽으로 사진항이란 항구가 있습니다.
항구에 하얀색의 등대가 서 있더군요.
밤엔 빛을 뻗어 배들의 길잡이가 되었을 등대가
아침엔 아래쪽에서 떠오른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동준이와 상아란 이름을 가진 연인이
그들의 사랑을 등대의 벽면에 새겨 놓았더군요.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그들이 등대의 벽면에 새겨놓은 그들의 사랑에
아침마다 환하게 빛이 들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사랑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둘의 사랑으로 빛을 밝혀
세상의 어둡고 추운 곳을 비추고 있지는 않을까요.
등대에 그들의 사랑을 새겨 놓았으니
어둡고 추운 곳을 그들의 사랑으로 따뜻하게 비춰주고,
아침엔 햇살로 둘의 사랑을 따뜻하게 덥히며,
등대처럼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등대에 사랑을 새길 때는
앞으로 모든 사람이
그런 사랑을 꿈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등대에 사랑을 새기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2월 19일 속초 사진항 등대 벽면에서

5 thoughts on “등대에 새겨놓은 사랑

  1. 핑백: forestory
  2. 아침 빛이 참 곱더라.

    조런 짓은 초딩에서 중딩 정도면 끝 아닌가…
    허긴 고딩 연애도 새겨놓고 싶겠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저 모습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ㅎㅎㅎ

    1. 다 큰 것들이 한 짓은 아니겠지.
      비스듬하게 다가와 등대를 비추고 있는 햇살을 보면서
      난 너와 결혼하면 아침마다 먼저 일어나
      등대를 찾던 아침 햇살처럼
      네 얼굴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겠다고 생각하면
      참 좋을 듯한데 말야…
      우리는 낙서가 온통 이름 투성이고
      무슨 느낌있는 글귀 같은게 없더라.
      바다에 갔더니 인간들 하고 다니는 짓은
      등대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