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남산 종주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1월 12일 서울 남산에서

간만에 남산에 올랐다. 예전에 동대문운동장이었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린 뒤 장충단 공원으로 올라가 단풍을 구경하며 어슬렁거리던 걸음이 그 한켠에서 남산쪽으로 높이를 높이고 있는 계단을 발견했고 그 계단을 조금씩 오르다 보니 국립극장을 모두 아래로 두게 되었다.
더 높이를 높이자 남산순환도로가 나타났고 표지판에서 남산타워 방향을 골랐다. 차는 다니지 않았다. 다시 계단을 만나 계단으로 걸음을 들여 놓았다. 저질이 된 체력 때문에 자주 쉬어야 했다. 도심의 산이라 그런지 편하게 쉴 수 있는 시설이 많았다.
계단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5시 30분 경이었다. 그때부터 불이 밝혀준 환한 길의 인도를 받아 남산 꼭대기까지 가게 되었다. 사실 버스가 거의 남산 꼭대기까지 다닌다. 그렇지만 버스의 도움 없이 남산을, 그것도 밤에 종주했다.
꼭대기서 내려다 보는 밤의 서울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내려오다 내려다 본 풍경 중에 남산순환도로가 환하게 곡선을 그리는 풍경이 가장 좋았다. 남산도서관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는 명동쪽으로 샜다.
다음에는 회현역에서 내려 남대문 시장을 구경한 뒤 그곳을 시작으로 남산을 종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밤에도 산을 오를 수 있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 남산에서 곁을 스치는 사람들의 언어는 8할이 외국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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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1월 12일 서울 남산에서
남산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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