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1월 22일 우리 집에서
남향집의 좋은 점은 겨울에 가장 실감이 된다. 날 좋은 날의 베란다가 햇볕이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놀다 가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벽을 환하게 밝혀 마치 도배라도 새로 하는 듯 햇볕을 고르게 칠한다. 창은 바깥의 냉기를 막아 베란다에서 노는 햇볕의 체온을 베란다에 고스란히 모아 놓는다. 베란다는 햇볕의 온기로 가득해진다.
베란다에 서면 어떤 체온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다. 따뜻하기 이를 데 없다. 한여름의 그 뜨거웠던 시절에 거리에 서서 맛보던 더위도 사실은 거리에 채워진 체온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사랑할 때는 더위 같은 것은 없다. 연인들이 한여름에도 손을 잡고 서로의 체온을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이유이다. 문득 덥다는 것이 사랑을 잃었을 때의 여름 감각이 아닐까 싶어진다.
겨울엔 없던 사랑이 다시 충만해진다. 햇볕의 체온으로 채워진 베란다가 잠깐씩 국지적 봄이나 가을로 계절을 바꾸면서 언제 서 있어도 연인을 안았을 때처럼 따뜻하다. 이 기억을 잊지 않고 머릿속 어딘가에 잘 새겨 두었다가 연인을 안을 때 햇볕을 떠올려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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